정말이지 이번 휴가는 너무나 달콤했다. 다른 동료가 모두 사용하고 나서 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른 모든 동료가 같은 주간에 겹쳐서 그것도 긴 일정으로 휴가를 가는 바람에 고된 후에 맞는 휴가이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번에 보낸 휴가 방식 때문일지도 모른다. 처음엔 다른 사람들처럼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래도 휴간데 어딘가 가보거나 뭔가 해야지 않을까란 생각 때문이었다. 마침 상해로 가는 항공권이 남아있었고 내가 원하던 출국일과 귀국일이었다. 마치 나를 위한 일정 같았다. 하지만 친구와 일정을 조율하는 중에 안타깝게도 친구가 일정을 파하게 되었고 내 휴가는 그저 평범하고 집에만 있는 지루한 휴가가 될 것만 같았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휴가를 즐겨보잔 생각에 편하게 즐겨보기로 했다. 우선 집 근처에 저렴하게 호텔을 3박으로 잡았다. 집 근처인데 뭐하러 호텔을 가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휴가 기분을 내고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집에는 항상 끝나지 않는 집안일이 있다는 사실을 나 역시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집안 청소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귀찮은 전화, 빨래, 설거지는 덤이다. 푹신한 호텔 침대에서 늦잠을 자다 느지감치 일어나 휘적휘적 영화관에 가 영화를 보고 지루해지면 여행을 다니는 기분으로 슬슬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시간이 없어 못했던 게임의 엔딩을 보고 저녁엔 퇴근한 여자친구를 맞이하고. 의외로 지루하지 않았고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휴가라는 생각 때문일까? 항상 다니던 길도 항상 보던 가게도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생각보다 즐거운 휴가였다. 아니 알찬 휴가였다. 덕분에.... 월요일 출근 생각을 하니 죽을 것 같다. 해지기 전엔 그래도 괜찮았는데 해가 지고 나니 더 죽을 맛이다. 망할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