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 어렸을 때, 그러니까 94년도인 것 같은데 그때 정말 더웠어. 여름은 항상 덥긴 했는데 그땐 유독 더 덥더라. 너희 할머니는 아빠가 매번 "더워 더워"를 말하고 다니면 대야에 물을 받아 발을 담그고 선풍기를 쐬면 시원할 거라며 그렇게 해주곤 하셨지. 그리고 덥다고 계속 말하면 더 더우니 참으라는 말도 덧붙이셨고. 그땐 지금처럼 집에 에어컨이 없었거든. 연도는 좀 헷갈리는데, 아마 그때일 거야. 어떻게 된 건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강릉 경포대로 가게 됐어. 사실 너희 할아버지는 일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시고 바빠서 어디 갈 짬을 잘 못 냈거든. 근데 어쩐 일인지 해수욕장에 가게 된 거야! 정말 미친 듯이 놀았는데, 문제는 다음 날이었지. 물놀이할 때 삼각 팬티 같은 수영복만 입고 놀다 보니 등판과 팔다리, 심지어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올라서 피부가 양파 껍질처럼 벗겨지는 거야. 한동안 그걸 정신없이 떼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어. 정말 계속 벗겨지더라. 그때도 참 더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거기엔 명함도 못 내밀게 더우니 큰일이다. 밖에서 노는 건 엄두가 안 날 정도니 원. 너희도 해가 너무 뜨거우니 밖에서 조심히 놀고, 아빠처럼 아무 생각 없이 놀다 보면 햇빛에 살이 타서 홀라당 벗겨진다. 그럼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딸내미, 넌 오늘 개학인데 방학 숙제는 다 끝나고 학교 간 건지 모르겠다.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18일 아빠가
오늘도 옛날이야기를 들려줄게. 이상하게 너희들이 아빠의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네.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때였나?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기억이란 게 부정확하니까 대략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면 돼. 너무 기억을 믿으면 안 돼. 어쨌든 그때 ‘열혈강호’라는 만화가 우리 반에서 인기였어. 그래서 반 남자애들끼리 모여서 같이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선생님이 보지 말라고 경고해도 무시하고 보다가 반에서 쫓겨났어. 열 명 넘었던 것 같은데, 재밌는 건 쫓겨난 사람 중에 반장도 있었다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운동장에서 고민했는데, 선생님이 교실에서 볼 수 있도록 죄송하다고 하면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반장이 했고, 운동장에 커다랗게 ‘죄송합니다’를 적고 단체로 외치기 시작했지.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렇게 교실로 다시 들어갔어. 잘 전달됐나 봐, 하하. 그리고 그 후 수업 시간에는 만화책을 보진 않았어. 쉬는 시간에 봤지. 너희는 수업 시간에 꼭 수업에 집중해야 한다? 아빠처럼 수업 시간에 만화책 보다가 쫓겨나면 안 돼. 알았지? 그럼 오늘 하루 잘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16일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