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8월 7일, 처서가 8월 23일이었다던데, 둘 다 지났고 이제 9월이니 가을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래서 그런가, 요즘 잠자리가 종종 보인다. 그치? 너희도 알다시피 잠자리 애벌레는 물속에서 모기 애벌레인 장구벌레를 잡아먹는 녀석이지. 어려서도 모기를 잡아먹고 커서도 모기를 잡아먹는 아주 좋은 녀석이지. 재밌는 거 하나 알려줄까? 어떤 잠자리는 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온대. 대단하지? 우리나라 겨울이 그 애한테는 추워서, 제비도 아닌데 해마다 남쪽에서 바람을 타고 온대. 이름이 뭘까요? 그 애 이름은 된장잠자리! 그리고 잠자리는 아니지만 나비도 태풍에 날려 온대? 이름이 “길 잃은 나비”야. 재밌지? 한자로는 미접이라고 하던가? 그나저나 기후가 바뀌어서 얘들도 이제 겨울을 버틸 수 있을까 싶기도 하네? 어릴 땐 잠자리 반, 하늘 반 이렇게 많아서. 잠자리를 자주 잡았지. 잠자리 잡을 때 최면을 건다고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다가가기도 하고, 뒤에서 냅다 잡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잠자리에게 미안할 일을 많이 했지. 예전 시골, 아빠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너희 증조할아버지 집 처마 끝에 제비가 살았었다? 마루에 누워 보고 있었는데, 새끼 제비가 밥 달라고 깍깍거리며 보채는 거야. 밥 달라고. 그러면 엄마 제비가 휙 나가더니 잠자리를 잡아서 새끼 입에 던져주더라고. 그러다 어쩌다 하루는, 아빠가 크루즈에서 요리사에게 계란 잘못 던져 줬던 거마냥, 잠자리가 새끼 제비한테 먹히다 말고 툭 떨어지는 거야. 잠자리가 죽어가고 있길래 얼른 새끼 제비에게 주워다 던져줬지. 으. 별로였어. 그다음부터는 제비집 안 쳐다봤어. 그렇게 많던 잠자리가 요즘은 그때보단 덜 보이네? 제주도는 날씨 탓에 엄청 나오기도 했다던데. 이제 비가 그치면 밖에서 놀기도 하겠지? 그때 잠자리 몇 마리 봤는지 세었다가 아빠한테도 알려줘. 그럼 재밌게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9월 2일 아빠가 자전거 탄 풍경 〈보물〉
어제 아빠는 감동했다. 아빠 왔다고 라면도 해주고 계란 프라이도 해주고. 그 쪼물딱거리며 움직이던 손이 아직 작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해보려 하고 사실 아빠가 티를 충분히 내진 않았지만 그래도 꽤 감탄하고 있었어! 오해하면 안 돼. 아빠가 피곤해서 평소에도 티가 안 나는데 더 티가 안 난 거야. 알았지? 아빠는 표정 변화가 적어서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고 무서워서 쉽게 못 다가가겠다고 말한 사람도 제법 있었거든. 그러니 티가 안 난 거야 알았지? 그러고 보니 아빠도 처음 밥을 짓는 걸 배운 게 9살이었지 아마? 몇 년 전, 보이스카우트 행사 문제로 시끌시끌했던 것을 보면 지금도 있긴 있겠지? 얼마 전에도 강원도에서 잼버리를 했다더라. 아빠는 9살 때 캠프에 참가만 했었던 것 같은데, 거기서 하루 묵으려면 밥을 할 줄 알아야 했던 거야. 그래서 부랴부랴 밥 짓는 걸 배웠지. 압력밥솥이라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밥을 짓는데, 불 조절을 잘해야 했거든? 시간도 보고 냄새도 잘 맡아가면서. 근데 자리 비운 사이에 밥이 몽땅 타버린 거야!! 결국 곤지암 할아버지와 투덜거리며 먹었던 기억이 나. 그리고 그때 배운 걸 지금까지 써먹는데, 의외로 아빠가 한 밥이 맛있다며 다들 좋아하더라. 비슷한 나이에 너도 하려고 하는 걸 보니 그때 생각도 나고 그러네. 그래도 불 옆은 위험하니 항상 조심하고 불 켜 놓고는 자리 뜨지 마라. 아빠가 그러다 태웠거든. 요리 도구도 조심해야 한다. 알았지? 오늘도 재밌는 하루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9월 1일 아빠가 강산에 〈넌 할 수 있어〉 노라조 〈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