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중학교 때 일이었어. 아빠가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을 하기 나흘 전에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었지. 근데 지금 생각해도 그 시기가 너무 안 좋았어. 네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학을 간 나흘 뒤에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니까? 나흘 동안 전학 왔으니 내 소개도 하고 아빠 자리 주변에 있는 애들과 통성명을 하고 이름도 외우고 그러다 방학을 맞았지. 그리고 여름방학이 끝나고 다시 교실로 들어갔는데! 웬걸? 애들이 내 이름도 기억 못 하고 “너 누구야? 오늘 전학 왔어?” 이러는 거야? 난 이름도 다 기억하는데! 심지어 선생님도 “넌 누구냐? 너네 반으로 가라.”라고 하더라. 그래서 선생님에게도 언제 전학 왔다고 설명하고. 여름방학 전에 했던 자기소개와 통성명을 처음부터 다시 했지. 눈물 나더라 정말. 정말 그때 그 느낌이란. 지금 와서 생각해도 별로였던 기억이야. 웃겼던 건 내가 친구들 이름을 먼저 알고 있으니 신기해하긴 하더라. 근데 당연하지, 방학 전에 만났잖아. 모르는 걔들이 이상한 거지.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알아야 하는 거 아냐? 허 참. 그래도 역시 학교 다닐 때 말 붙일 때 가장 좋았던 건 “교과서 같이 보자.”, “펜 좀 빌려줘.”더라. 그렇게 한 다음 고맙다고 나중에 매점에서 빵 사서 나눠 먹으면 금방 친해지긴 하더라고. 그땐 학교에 매점이 있었거든. 그래서 쉬는 시간엔 매점으로 달려가 크림빵이나 햄버거 등등을 사 먹었더랬지. 학교 다닐 땐 이러면 금방 친구가 됐는데 어른은 쉽지 않더라. 그럼 좋은 하루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12일 아빠가
딸, 어제 네가 아빠에게 물었었지? 어렸을 때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그때도 말을 하긴 했지만 딱히 기억나는 건 몇 안 되다 보니 말을 해주기 어려운데 오늘은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다. 지금의 넌 이해하기 어려울 텐데, 어리면 어릴수록 좀 고지식한 면이 있어. 특히 아빤 기본적으로는 고지식한 사람인데 어렸을 땐 얼마나 심했겠어? 오죽하면 별명이 바른생활 사나이였다니까? 약속은 정말 지키려고 노력했고 내가 그러는 만큼 상대의 약속도 받아내려고 노력했지. 그게 사소한 거라도 말이야. 그러다 보니 함부로 약속하지 않기도 했지. 한번은 친구가 아빠에게 게임을 팔아주기로 약속했던 때가 있어. 아빤 시세에 맞춰 사기로 했는데 친구가 자꾸 약속을 어기는 거야? 근데 아빠가 정말 하고 싶은 게임이라 기대가 엄청났지. 이게 문제였어. 친구가 약속을 세 번쯤 깼을까? 정말 너무 화가 나고 열이 받는 거야. 그래서 친구랑 엄청 싸웠지. 어느 정도로 싸웠냐면 선생님한테 불려 갈 정도로. 아빠는 선생님한테 얘기를 했지 친구가 약속을 안 지켰다고. 물론 그때 그건 아빠에게 중요한 일이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사소하고 별거 아닌 일이지만.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그냥 넘어갔어. 싸운 건 싸운 걸로. 약속은 없던 일로. 게임은 못 샀어. 친구랑은 그냥 잘 지냈지 뭐. 여기서 중요한 건, 친구가 약속을 안 지킨 것도 친구 잘못이지만 그걸 가지고 약속을 지키라며 다그친 건 아빠 잘못이지. 그때는 그걸 몰랐어. 지금이야 지킬 약속과 그냥 말로만 하는 약속을 좀 구분하게 됐지만 아직도 어렵다. 어때? 그래도 아빠 어렸을 때 일 하나 더 알게 됐지? 다음에 기억나면 또 알려줄게. 그럼 오늘 하루도 재밌게 보내고 사랑한다. 2026년 8월 11일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