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전에 그림 그렸잖아? 무엇을 그릴까? 코끼리! 그래서 코끼리를 그렸는데 너흰 잘 그렸지만 아빠가 그린 코끼리는 모양부터 너희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지. 갑자기 왜 이 얘기냐면, 오늘은 책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아빠는 어렸을 때, 책을 참 많이 봤어. 그건 자신할 수 있지. 고등학교 이후부턴 주로 흥미 위주의 책을 읽긴 했지만, 그 전까진 흔히 말하는 논픽션(소설이 아닌 책. 역사책이나 과학책 등등)을 주로 봤어. 근데 얼마나 봤냐면,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전까지 학교 도서관의 한 책장을 모두 봤을 정도? 서울로 전학 오기 전에 다녔던 학교엔 도서관이 있었거든. 책 때문에 사서(도서관에서 책을 관리하는 사람. 더 쉽게 이야기하면 도서관 직원이지 뭐)를 하겠다고 했고. 일단 지금 집에 있는 책의 몇 배, 과장 좀 해서 곱하기 10 정도를 3개월에 봤을걸? 그래서 주변 어른들이 엄청 놀라곤 했어. 다만 재밌는 건 그 책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아. 책의 내용을 익히고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게 있다? 책을 쓴 사람을 작가라고 하기도 하지만 저자라고 표현하기도 해. 책은 저자가 본인의 생각이나 주장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거나 재밌는 내용을 이야기하는 거잖아? 그 방법을 따라가 보는 게 중요해. 이 사람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그 이야기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풀어가는지. 그리고 그 이야기와 주장이 타당한지 따져 보는 연습을 하는 거야. 그냥 보다 보면 얼추 그렇게 연습이 되기도 하니 걱정은 말고. 그런 거지 뭐. 책도 그림과 비슷한 거지. 차이가 있다면 썼냐와 그렸냐? 그럼 오늘 하루도 재밌게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26일 아빠가 동요 〈코끼리 아저씨〉
며칠 전에 방학 숙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곤충 채집을 했다고 했었지? 그때도 적었지만, 아빤 풍뎅이와 사슴벌레를 참 좋아했었어. 당시 아빠 학교는 담벼락에 무궁화를 쭉 심어서 무궁화가 많이 피어 있었지. 어떤 애는 하얀 꽃, 어떤 애는 분홍 꽃 등등 예뻤었지. 무궁화를 보면 꽃이 참 큰데 안을 자세히 보면 꼭 풍뎅이가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 그 안에서 놀고 있더라. 동글동글하니 귀엽게 생긴 데다 벌처럼 쏘지도 않고 하늘소처럼 물지도 않으니 데리고 놀기 딱 좋았지. 손에 올려서 이리저리 애가 돌아다니는 거 보고 하다가 다시 놓아주고 그랬어. 문제는 사슴벌렌데 사슴벌레에게 미안한 짓을 참 많이 했어. 온순한 애인데 괜히 잡아다 멋있다고 키우다가 잘못 키워서 애가 죽고 그랬거든. 괜히 싸움 시킨다고 다른 사슴벌레랑 싸움 붙이고. 괴롭히고. 그래도 우린 그게 애들을 괴롭히는 건지도 모르고 톱사슴벌레, 황소사슴벌레라고 부르던 애들은 참 뿔이 멋들어지게 생겨서 좋아했지. 가끔 이렇게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에 더 잔인할 때가 있어. 멋있어서 그래, 좋아해서 하는 거야 라고 했던 행동이 대상에겐 잔인한 행동이 될 거라곤 그땐 미처 몰랐던 거지. 그래서 성악설 이야기가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오늘도 재밌는 하루를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24일 아빠가 산울림 〈개구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