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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2일

엄마는 어려서부터 정리정돈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어. 엄마가 맨날 아무 데나 휙휙 던져 둔다고 인천 할머니가 야단을 많이 치셨지. 심지어 엄마가 결혼할 때는 이모가 옷장 살 필요 없이 의자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아빠한테 말할 정도였어. (정말 웃겨. 흥!) 사실 옷을 벗어서 옷장에 잘 거는 게 아니라 그냥 의자에 마구 걸쳐 놨거든. 우린 그걸 '옷나무'라고 불렀어. 옷이 열리는 옷나무~ 그런데 엄마는 아무 데나 두는 것 같아도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는 잘 알고 있다구. "엄마, 그거 어디 있어?" 하면 엄마가 알려주지?? 그러니까 어디에 있는지 다 알고 있다면 그건 아무 데나 둔 게 아니지 않을까?? 잘 둔 거지~ 물론… 보기에 좋지 않다는 건 인정해. 그래서 엄마도 요즘은 물건을 제자리에 두고, 집을 깨끗하게 정리하려고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어. 그런데 너희도 맨날 아무 데나 물건을 던져 두고 "엄마! 내 거 그거 어디 있어?" 하고 물어보면 엄마가 조금 짜증 나겠지? 그러니까 너희 물건은 너희가 잘 챙기도록 하자. 기억할 자신이 없으면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도 찾을 수 있게 항상 정해진 곳에 두는 거야. 그래야 나중에 물건을 찾느라 온 집을 뒤지고 다니지 않겠지? 도토리를 아무 데나 숨겨 놓고 어디에 숨겼는지 기억하지 못해서 결국 먹지도 못하고 울창한 참나무 숲만 만드는 다람쥐가 되지 말고, 자기가 가진 물건을 소중하게 여기고 잘 챙기는 멋진 친구들이 되자. 2026년 8월 22일 오늘도 열심히 청소하는 엄마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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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1일

이제 여름방학이 끝났는데 아들은 아직 방학 숙제가 없었을 거고. 딸 넌 방학 숙제는 다 했는지 모르겠다. 아빠 딸내미니 너도 안 했겠지 뭐. 하하 그러고 보면 아빠 방학 숙제는 뭐였더라? 기억이 잘 안 나네. 뭔가 과제가 있었던 것 같아. 곤충 채집이나 우표 수집, 신문 사설 모으기, 일기 쓰기. 곤충 채집이야 날 잡아서 하면 되니 하긴 했지. 벌도 잡고, 개미도 잡고, 풍뎅이, 잠자리, 하늘소, 사슴벌레도 잡았어. 장수풍뎅이도 잡고 싶었는데 그건 정말 안 보이더라. 우표도 대충 개학 전에 몰아서 하긴 했어. 너희가 알진 모르겠지만 편지 보내려면 우표라는 걸 붙여야 하는데, 그거야 집에 온 편지에 있는 우표를 뜯어서 모으면 되니 벼락치기로 할 만했지. 신문 사설은, 당시 집에서 신문을 구독 중이었는데 삼겹살 구워 먹을 때 바닥에 기름 튀지 말라고 까는 용도로 모아 두고 있었지. 거기서 사설 부분만 오려서 가져갔지. 혹시 사설이 뭔지 알까? 신문사가 자기 생각을 글로 써서 신문에 올리는 걸 말해. 자기 생각을 올리는 거라고 했잖아? 이 숙제는 사실 신문사의 생각에 대해서 나의 생각을 적는 게 목적이었어. '난 이러저러한 이유로 다르게 생각합니다!'라고 써야 하는데, 방학 동안 놀기만 했으니 그런 시간이 어디 있겠어? 그냥 오려서 공책에 붙이기 바빴지. 나중에 선생님이 한마디 하시더라. 그리고 대망의 일기!! 이것도 몰아서 쓰다 보니 난리가 났지. 일정은 하나도 안 맞지. 일정만 안 맞나? 날씨도 다 안 맞았어. 결국 선생님께 들켰지. 어떻게 됐냐고? 설마 아빠만 그랬겠어? 다들 그렇게 몰아서 했고, 그래도 써 온 애들은 넘어가고 아예 안 한 애들만 혼났지. 그땐 참 방학 끝날 때쯤 되면 정말 난리도 아녔다. 그럼 오늘도 재밌게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21일 아빠가

2026년 8월 19일

너희에겐 초등학교, 아빠에겐 국민학교일 때 그러고 보면 아빤 참 곤충을 많이 잡았던 것 같아. 방학 숙제로 곤충 채집이 있을 정도여서 아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아이들이 엄청 잡았지. 어찌 보면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곤충 입장에선 끔찍할 거야. 가장 많이 잡았던 건 벌이었어. 붕붕거리며 날아다니는 게 신기하잖아? 나중에 알았지만 개미와 벌이 사촌이라며? 어쨌든, 놀이터 옆 관목에서 꽃이 참 많이 피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벌도 참 많았어. 많이 잡은 건 꿀벌이었지만 그래도 호박벌을 좋아했어. 뚱뚱한 게 열심히 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색도 나름 예쁘기도 했고. 그런데 쏘이면 꿀벌보다 아프기도 하고 많진 않아서 자주 잡진 않았어. 그리고 좋아했던 건 우리가 꽃등에라고 부르던 애가 있었는데, 생긴 건 꿀벌처럼 생겼는데 사실 파리래. 그래서 그런가 아주 마음 놓고 보일 때마다 잡았지. 잡아서 손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놓아주긴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정말 얼굴이 다르게 생기긴 했더라. 멀리서 볼 땐 배를 보면 꿀벌과는 다르게 생겨서 구별이 되긴 해. 그리고 말벌!! 얘는 쏘이면 정말 아파. 다행히 동네에 장수말벌까진 없었고 흔히 땅벌이라고 부르던 애가 좀 돌아다녔는데 얘를 잡는 게 용감함의 상징이었어. 달력이나 두툼한 종이로 깍지를 만들어 잡아서 땅으로 냅다 내려치면, 애가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 그때 데리고 놀다가 멀쩡해지면 날려주는 거지. 아차 해서 쏘이면 젤 아파. 지금은 안 잡지만 풍뎅이나 장수풍뎅이, 하늘소, 제일 좋아했던 사슴벌레도 많이 봤었지. 가끔 드는 생각은 이게 좋은 건가 싶어. 예전엔, 그리고 아빠의 전 세대는 이런 걸 더 많이 볼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 요즘은 볼 수 없잖아? 어떤 사람들은 예전에 환경이 더 깨끗해서 더 잘 볼 수 있는 것이라 이야기하겠지만 아빠 생각으론 예전보다 지금이 환경은 더 잘 조성되었는데 곤충이 살 수 없게 방역 작업을 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너넨 곤충이 나오면 일단 아빠! 하면서 찾겠지...

2026년 8월 18일

여름이라. 어렸을 때, 그러니까 94년도인 것 같은데 그때 정말 더웠어. 여름은 항상 덥긴 했는데 그땐 유독 더 덥더라. 너희 할머니는 아빠가 매번 "더워 더워"를 말하고 다니면 대야에 물을 받아 발을 담그고 선풍기를 쐬면 시원할 거라며 그렇게 해주곤 하셨지. 그리고 덥다고 계속 말하면 더 더우니 참으라는 말도 덧붙이셨고. 그땐 지금처럼 집에 에어컨이 없었거든. 연도는 좀 헷갈리는데, 아마 그때일 거야. 어떻게 된 건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강릉 경포대로 가게 됐어. 사실 너희 할아버지는 일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시고 바빠서 어디 갈 짬을 잘 못 냈거든. 근데 어쩐 일인지 해수욕장에 가게 된 거야! 정말 미친 듯이 놀았는데, 문제는 다음 날이었지. 물놀이할 때 삼각 팬티 같은 수영복만 입고 놀다 보니 등판과 팔다리, 심지어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올라서 피부가 양파 껍질처럼 벗겨지는 거야. 한동안 그걸 정신없이 떼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어. 정말 계속 벗겨지더라. 그때도 참 더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거기엔 명함도 못 내밀게 더우니 큰일이다. 밖에서 노는 건 엄두가 안 날 정도니 원. 너희도 해가 너무 뜨거우니 밖에서 조심히 놀고, 아빠처럼 아무 생각 없이 놀다 보면 햇빛에 살이 타서 홀라당 벗겨진다. 그럼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딸내미, 넌 오늘 개학인데 방학 숙제는 다 끝나고 학교 간 건지 모르겠다.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18일 아빠가

2026년 8월 16일

오늘도 옛날이야기를 들려줄게. 이상하게 너희들이 아빠의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네. 초등학교 5학년 1학기 때였나?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기억이란 게 부정확하니까 대략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면 돼. 너무 기억을 믿으면 안 돼. 어쨌든 그때 ‘열혈강호’라는 만화가 우리 반에서 인기였어. 그래서 반 남자애들끼리 모여서 같이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선생님이 보지 말라고 경고해도 무시하고 보다가 반에서 쫓겨났어. 열 명 넘었던 것 같은데, 재밌는 건 쫓겨난 사람 중에 반장도 있었다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운동장에서 고민했는데, 선생님이 교실에서 볼 수 있도록 죄송하다고 하면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반장이 했고, 운동장에 커다랗게 ‘죄송합니다’를 적고 단체로 외치기 시작했지.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렇게 교실로 다시 들어갔어. 잘 전달됐나 봐, 하하. 그리고 그 후 수업 시간에는 만화책을 보진 않았어. 쉬는 시간에 봤지. 너희는 수업 시간에 꼭 수업에 집중해야 한다? 아빠처럼 수업 시간에 만화책 보다가 쫓겨나면 안 돼. 알았지? 그럼 오늘 하루 잘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16일 아빠가

2026년 8월 13일

오늘은 무슨 이야길 해볼까? 얼마 전 일을 이야기해 볼까? 아빤 물건을 별다른 일이 없으면 두던 곳에 두는데, 지갑도 마찬가지였어. 한동안 그렇게 썼으니까 당연히 거기 있겠거니 했지. 그런데!! 지갑이 없네? 차를 뒤지고, 이전에 갔던 곳도 다 찾아보고, 집도 구석구석 찾아봤는데 도무지 찾을 수 없었어. 그날은 결국 못 찾았다. 찾다 보니까 이상하더라. 제자리에 두는 건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없어지니까 내가 어디에 뒀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고 흘린 걸 누가 조용히 가져갔나? 현금만 갖고 나머진 버렸나? 이런 생각과 함께 여기저기 의심하게 되는 거야. 그런데! 다음 날, 의자 뒤에서 발견했다. 그렇게 찾을 땐 안 보이더니. 원래 있던 곳에서 굴러떨어졌었나 봐. 너희도 살다가 뭘 잃어버리는 날이 올 거야. 그런데 가끔 나중에 다시 나올 수도 있으니 누군가를 의심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주변을 잘 살펴봐 그럼 오늘도 재밌게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13일 아빠가

2026년 8월 12일

아빠가 중학교 때 일이었어. 아빠가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을 하기 나흘 전에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되었지. 근데 지금 생각해도 그 시기가 너무 안 좋았어. 네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전학을 간 나흘 뒤에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니까? 나흘 동안 전학 왔으니 내 소개도 하고 아빠 자리 주변에 있는 애들과 통성명을 하고 이름도 외우고 그러다 방학을 맞았지. 그리고 여름방학이 끝나고 다시 교실로 들어갔는데! 웬걸? 애들이 내 이름도 기억 못 하고 “너 누구야? 오늘 전학 왔어?” 이러는 거야? 난 이름도 다 기억하는데! 심지어 선생님도 “넌 누구냐? 너네 반으로 가라.”라고 하더라. 그래서 선생님에게도 언제 전학 왔다고 설명하고. 여름방학 전에 했던 자기소개와 통성명을 처음부터 다시 했지. 눈물 나더라 정말. 정말 그때 그 느낌이란. 지금 와서 생각해도 별로였던 기억이야. 웃겼던 건 내가 친구들 이름을 먼저 알고 있으니 신기해하긴 하더라. 근데 당연하지, 방학 전에 만났잖아. 모르는 걔들이 이상한 거지. 이름은 몰라도 얼굴은 알아야 하는 거 아냐? 허 참. 그래도 역시 학교 다닐 때 말 붙일 때 가장 좋았던 건 “교과서 같이 보자.”, “펜 좀 빌려줘.”더라. 그렇게 한 다음 고맙다고 나중에 매점에서 빵 사서 나눠 먹으면 금방 친해지긴 하더라고. 그땐 학교에 매점이 있었거든. 그래서 쉬는 시간엔 매점으로 달려가 크림빵이나 햄버거 등등을 사 먹었더랬지. 학교 다닐 땐 이러면 금방 친구가 됐는데 어른은 쉽지 않더라. 그럼 좋은 하루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12일 아빠가

2026년 8월 11일

딸, 어제 네가 아빠에게 물었었지? 어렸을 때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그때도 말을 하긴 했지만 딱히 기억나는 건 몇 안 되다 보니 말을 해주기 어려운데 오늘은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다. 지금의 넌 이해하기 어려울 텐데, 어리면 어릴수록 좀 고지식한 면이 있어. 특히 아빤 기본적으로는 고지식한 사람인데 어렸을 땐 얼마나 심했겠어? 오죽하면 별명이 바른생활 사나이였다니까? 약속은 정말 지키려고 노력했고 내가 그러는 만큼 상대의 약속도 받아내려고 노력했지. 그게 사소한 거라도 말이야. 그러다 보니 함부로 약속하지 않기도 했지. 한번은 친구가 아빠에게 게임을 팔아주기로 약속했던 때가 있어. 아빤 시세에 맞춰 사기로 했는데 친구가 자꾸 약속을 어기는 거야? 근데 아빠가 정말 하고 싶은 게임이라 기대가 엄청났지. 이게 문제였어. 친구가 약속을 세 번쯤 깼을까? 정말 너무 화가 나고 열이 받는 거야. 그래서 친구랑 엄청 싸웠지. 어느 정도로 싸웠냐면 선생님한테 불려 갈 정도로. 아빠는 선생님한테 얘기를 했지 친구가 약속을 안 지켰다고. 물론 그때 그건 아빠에게 중요한 일이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사소하고 별거 아닌 일이지만.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그냥 넘어갔어. 싸운 건 싸운 걸로. 약속은 없던 일로. 게임은 못 샀어. 친구랑은 그냥 잘 지냈지 뭐. 여기서 중요한 건, 친구가 약속을 안 지킨 것도 친구 잘못이지만 그걸 가지고 약속을 지키라며 다그친 건 아빠 잘못이지. 그때는 그걸 몰랐어. 지금이야 지킬 약속과 그냥 말로만 하는 약속을 좀 구분하게 됐지만 아직도 어렵다. 어때? 그래도 아빠 어렸을 때 일 하나 더 알게 됐지? 다음에 기억나면 또 알려줄게. 그럼 오늘 하루도 재밌게 보내고 사랑한다. 2026년 8월 11일 아빠가

2026년 8월 10일

오늘 사진을 넘기다가 예전 크루즈 여행을 갔을 때 사진이 나오더라. 그때 참 재밌었지? 아쉬운 게 있다면 아빠가 영어를 참 못했다는 거지. 일본을 방문할 사람은 지금 입국 심사를 하라는 안내 방송을 하는데 그걸 잘못 듣다니. 영어를 좀 더 잘했다면 그럴 일도 없었을 텐데 그건 좀 아쉽네. 그래도 덕분에 입국 심사를 못 받아 못 내렸지만 배에서 전세 낸 듯 실컷 놀았잖아? 그리고 너희가 아빠 놀릴 만한 것도 생겼고. 아빠가 영어를 좀 생존 영어로 막 배워서 그런가? 안 하니까 또 못하게 되더라고. 그래도 말이라도 해보게 된 계기가 사람들과 놀러 가려고, 같이 만난 사람과 밥이라도 먹어볼까 싶어 연습했던 거였는데, 이게 도움이 되어서 그래도 규모는 작지만 나름 영국에 본사를 둔 외국계 회사까지 다녔었다? 그래서 막 외국 테크니션과 임원들 만나 일도 했었다. 대단하지? 물론 유창하진 않아서 번역기 열심히 썼어. 어쨌든 또 필요성이 없어지니 잘 안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못하게 되고 못하다 보니 안 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더라. 그래도 다음 여행을 위해선 좀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건 또 귀찮다. 하지만 또 안 하다 보면 써먹을 기회가 왔을 때 써먹지 못하고 눈만 데굴데굴 굴리면서 손짓 발짓할 생각하니 그건 또 싫고 귀찮네 정말. 그러니 너네가 아빠의 통역사가 돼줘. 어차피 학교에서 배우니 잘 배우란 말이야. 그래야 아빠가 또 여행에 데리고 가지. 언젠간 그럴 날이 오길 바라며, 언제나 그렇듯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10일 아빠가

2026년 8월 8일

너희는 아직 모르겠지만, 요즘 사람들 사이에선 주식이 난리야. 엄청 폭등했다가 폭락을 하고 누구는 레버리지를 써서 망했다느니 그리고 지수가 상한가를 치는 게 말이 되냐 등등등 다행인 건 우리는 이미 상승장 전에 돈이 필요해 다 빼서 쓰는 바람에 이런 풍파를 비껴났다는 건데 덕분에 상승장도 못 누렸어. 그래서 엄마가 엄청 아쉬워해. 삼전, 하이닉스로만 천만 원 들고 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오르기 전에 팔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사람마다 투자야 다 자기만의 방법이 있는 거니 그건 해봐야 아는 거고 아빠도 잘 몰라서 나중에 너희가 직접 해보면서 아빠에게 알려줘. 그런데 그것보다 사실 이게 중요한 것 같아. 요즘 주식이 너무 많이 떨어지고 사람들의 화가 많이 쌓였잖아? 그리고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던 것 같고. 그럼 사람들은 꼭 희생양을 찾아. 근데 그건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거 같아. 정부는 개인 탓, 개인들은 정부 탓, 또 누구는 공매도나 다른 세력 탓. 저 중에 사실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지. 그런데 이건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서 있는 곳에 따라 행동과 말이 달라져. 당장 아빠만 해도 주식으로 폭락장을 겪었으면 동참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비껴나 있어서 이렇게 속 편한 소리를 하는 거지. 그러니 사람과 만나 이야길 할 때는 꼭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 사람의 배경도 같이 살펴봤으면 좋겠다. 같은 이유로 항상 일관성 있는 사람의 말은 의심을 해봐야 해. 항상 그 자리에만 있어서 그런 의견을 내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아직 어린 너희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어차피 안 보여줄 거니까~ 그럼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8일 아빠가

2026년 8월 7일

막내라, 아들아. 미안하지만 아빠는 막내가 아니라 네 심정은 잘 모르겠다. 어제 네가 누나가 자꾸 시키고 태권도장 형, 누나들이 막내라고 신경 안 써줘서 막내는 너무 힘들다며 “난 평생 막내야”라고 엉엉 울던데. 아! 이 말이 압권이었어. “막내라서 좋은 건 내가 오래 살 수 있는 거야?” 아빠가 여기에 대답은 못 해줬어. 일단 너무 웃기기도 했는데, 흔히 가는 덴 순서 없다잖아. 엄마도 웃으면서 이야기하더라. 근데 이제 일곱 살인 네게 이 이야길 할 순 없잖아? 그렇게 억울한 게 생기면 어제처럼 이야기하고 울고 풀어. 아빠 말이 위로나 해결책은 되지 않겠지만, 사실 긁어 부스럼이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누나도 누나 나름의 고충이 있고 불공평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아빠도 어렸을 때 네 고모가 곤지암 할머니께 이런 이야길 하면 이해를 못 했고 지금도 그래. 세상은 언제나 나에게 불공평하고 내가 제일 힘든 법이니. 그래도 넌 잘하고 있어. 누나는 지금 초등 저학년인데 두 자릿수 덧셈 엄청 어려워하고 있잖아? 반면에 넌 어제 아빠한테 25+25=50이고, 이걸 각 자릿수에 맞춰 계산하는 걸 말로도 블록으로도 버벅이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했잖아? 어제 아빠랑 엄마가 얼마나 감탄했는지 아냐? 그리고 딸내미야. 넌 동생 좀 그만 시켜 먹어라. 네 방 정리 정도는 네가 해야 하지 않겠니? 그걸 꼭 앉아서 동생을 부려 먹어야겠어? 이런 말 하면 도와주는 대신 뭐 해주기로 했다, 서로 거래했다 하며 울음 가득한 눈으로 너도 억울해할 텐데. 에휴. 됐다. 이러나저러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7일 아빠가

2026년 8월 6일

글쎄, 재밌는 이야기 하나 들려줄까? 늘 그렇듯 아빠만 재밌는 이야기지만. 아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도 삼국지를 참 좋아했어. 그때 전략 삼국지라고 60권짜리 만화책 시리즈가 집에 있었거든. 이상하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다른 만화책을 보는 건 못하게 했는데, 그건 봐도 뭐라고 안 하더라. 그래서 마르고 닳도록 봤지 정말. 근데 거기서 유비가 참 마음에 들었어. 유비는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진심을 갖고 찾아오더라고. 지금도 그렇지만 아빠는 친구를 만나거나 사람을 사귈 때 누가 먼저 오는 법이 없거든. 그래서 이 부분을 아버지, 너희에겐 곤지암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그러시더라고. “목마른 놈이 우물 파야지 별수 있겠냐. 그리고 친구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다.” 정확한 문장은 아니지만 이런 말이었어. 사실 이상한 말이고 엉뚱한 말이잖아? 아니, 아빤 친구가 먼저 다가오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말이야. 그런데 그 이상한 말을 듣고 지금까지 그게 일종의 지침이 됐고, 그다음부턴 친구를 사귀거나 안 만나게 될 때도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됐어. 아빠한테 맞는 말이었나 봐. 물론 여기서 재밌는 게 있는데, 이 이야기를 너희 곤지암 할머니께 했더니 “웃기시네. 자기도 그걸 못해서 힘들어하면서 애한테 별소리를 다 하네.” 라고 하시면서 콧방귀를 뀌시더라. 이제 너도 학교에 가는 나이라 요즘 부쩍 아빠에게 친구 때문에 속상하다는 말을 곧잘 하는데, 저런 말을 해줄 수도 없고 고민이다. 그래도 부딪히다 보면 너희 나름의 방법을 찾아내겠지? 그때까지 고생 좀 하고 머리도 굴려보고 해봐. 방법은 분명 있을 거야.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고 아프지 말고. 특히 아들, 넌 부딪히지 좀 말아라. 엄살도 심한 게 매일 어디 부딪혀서 아프다고 찡찡대고 말이야. 그럼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6일 아빠가

2026년 8월 5일

그러고 보면 예전에 아빠의 아빠인 할아버지도, 그리고 할머니도 아빠가 군대 훈련소 시절에 거의 매일매일 편지를 써 주셨던 적이 있었지. 그래도 나름 꽤 긴 기간을 매일매일 편지를 써 주셨는데, 마침 그 생각이 나서 아빠도 이렇게 써 봐. 물론 너네가 언제 볼지는 모르겠다. 아마 계속 못 볼 수도 있겠지. 안 보여줄 거거든. 그래서 뭘 써 볼까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다가 예전 일이 생각나네. 아마 지금부터 삼 년 전인가, 아니 그것보다 더 됐을 거다. 사 년인가 됐을 거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빠가 세탁소를 창업했거든. 육아 휴직 중인 회사를 때려치우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눈이 멀었나 보지 뭐. 그때 아빠 기억으로는 딸내미 네 나이가 세 살, 아들 네 나이가 아마 한 살이었을 거야. 물론 돌은 지났지. 처음에는 매장 마감 시간이 여덟 시라 그 시간에 퇴근을 해 집에 아홉 시에 무난하게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게다가 엄마 아빠가 둘이 같이 일하니까 한 사람은 먼저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 처음엔 엄마만 하는 걸로 했지만, 시작하기 직전에 일이 너무 많아 보인다며 엄마가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는 거야. 실제로도 일이 너무 많았지.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이건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니, 하다 보면 육아에도 조금 더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해서 같이 하게 됐지. 그런데 웬걸, 퇴근 시간이 여덟 시인데 첫 주에 집에 새벽 두 시에 들어갔어. 그럼 너네는 누가 봐 줬냐 하면 할머니가 봐 줬지. 인천 할머니랑 곤지암 할머니가 번갈아 오셨어. 나중엔 곤지암 할머니가 전담으로 봐주셨는데, 그 생활이 너네도 알다시피 2년으로 꽤 길었지.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딸내미 네가 그런 얘길 하는 거야. 네가 아빠 옆에 누워 잠들려고 할 때, 어린이집에서 “엄마 아빠가 어디 갔지. 못 말려 정말.” 이랬다고 아빠인 나한테 얘기하는 거지, 계속. 그때는 정말 ‘내가 뭘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 근데 그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