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요즘 너희가 아빠에게 꿈이 뭐냐고 곧잘 묻던데. 그때도 이야기했지만 딱히 특별한 게 있진 않고 너희 나이 때엔 평범했지. 그땐 직업에 대해 많이 몰랐고 지금처럼 직업이 세분화되지 않았던 때라 반에 있는 남자애들에게 선생님이 물어보면 다들 "대통령이요!"라고 외치던 때였거든. 간혹 거기에 좀 약았던 애들은 국회의원? 여자애들은 아나운서? 뭐 이런 정도였지. 그땐 대통령이 인기여서 대통령을 소재로 한 농담을 모아놓은 책도 있었거든. 『YS는 못말려』와 같은. 지금이야 직업 체험을 해서 그런가, 유튜버나 건물주 등등이 나온다는 뉴스를 보긴 했지만 예전엔 그랬어. 그나마 지금 기억에 남는 재밌었던 일화를 쓰면,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선생님이 희망에 대해 그려보라고 했는데 다른 애들은 밝고 희망찬 이모티콘 같은 그림을 그렸는데 아빤 컴퓨터가 희망이라고 당시 개인용 컴퓨터를 떡하니 그렸지.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미래를 본 거야? 그치? 하하. 그 이후엔 세계 여기저기를 다녀보고도 싶었고 여행도 하고 싶어서 다녔는데 점차 현실적인 목표로 꿈이 변하더라고? 역시 서 있는 위치가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는 법이지. 꿈도 목표도 하다 보면 언제든지 바뀌는 법이야. 이 정도면 너희의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을까 싶다. 그럼 오늘도 재밌는 하루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10월 13일 아빠가 어려운 말 풀이 세분화 — 하나로 뭉뚱그려져 있던 것이 잘게 여러 갈래로 나뉘는 것. 또는 그렇게 나누는 것을 말해. 약다 — 눈치가 빠르고, 자기한테 이로운 쪽을 잘 알아채서 영리하게 구는 것을 말해. 소재 — 글이나 이야기, 그림 같은 걸 만들 때 바탕이 되는 재료를 말해. 일화 — 어떤 사람이 겪은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 널리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뜻이야. 데프콘 〈힙합 유치원〉
만드는 걸 좋아하냐고? 아빠가 만드는 것에 대한 로망과 기억이 있지. 그리고 로망은 있지만 아래의 기억 때문에 썩 좋아하진 않아. 어렸을 때 학교에선 다양한 걸 시도했거든. 그중 하나는 만들기, 공작이었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라디오였어. 예전에 말했었지만 학교 앞 문방구에선 없는 게 없어서 라디오 만들기 키트도 팔았었거든. 그래서 그걸 사서 수업 시간에 만드는데, 말만 거창하지 사실 어렵지 않아. 레고마냥 단순 조립하고 전기만 통하게 하면 되는 거였거든. 근데 안 되네? 아빠 성격 탓인지는 몰라도 살살 정확히 잘 꽂고 했어야 하는데 힘으로, 어거지로 조립을 하려 했었는지 부품이 망가졌던 것 같아. 결국, 부품이 망가지며 망했지. 그리고 글라이더 만들기. 가을만 되면 글라이더라는 비행기를 만들곤 했어. 나뭇대로 접착제를 발라 비행기 형태를 만들고 가벼운 종이인 습자지를 만들어둔 틀에 붙이는 거지. 그다음 날리면 되는데! 이상하게 날개가 뒤틀려 있어서인지 멀리 안 가고 추락하네? 매번 만들면서도 잘 안 됐어. 그리고 방패연 만들기나 찰흙으로 컵 만들기나 기타 여러 가지를 학교에서 했었는데 번번이 실패. 성공한 건 가오리연 만들기 정도? 이건 쉽더라. 그다음 최악의 실패는 컴퓨터였어. 컴퓨터 부품 중에 램이라는 부품이 있는데 조심해서 잘 꽂아야 하거든? 보드에 넣으면 찰칵 소리와 함께 들어가야 한단 말이지. 근데!! 안 들어가. 이상하지? 힘으로 눌렀어. 그래도 안 들어가. 이상하지? 옆에서 보던 친구가 말리고 넣어주지 않았으면 컴퓨터 보드를 날려 먹었을지도 몰라. 이렇게 오늘은 아빠의 똥손의 향연을 이야기해봤어. 만들기 한다고 날려 먹은 용돈이 얼만지 참. 그래도 요즘은 AI가 있으니 프로그램은 대충 만들 수 있어서 좋네. 너넨 그래도 아빠보단 감각이 있어서 다행이다. 레고도 잘 조립하고 미니어처도 만든다고 꼼지락거리고. 그래, 그럼 오늘도 재밌는 하루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10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