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빠의 취미 생활은 이렇게 글 쓰는 거야. 짧고 가벼운 편지 형식의 글이지만 그래도 꽤나 품이 들어 그동안은 잘 하지 않았던 거지. 어떤 품이 드냐고? 그림이나 레고, 만들기를 할 때와 비슷해. 어떤 내용을 쓸지 고민하고 그 내용이 너희에게 적합한지 고민하고 사실에 부합하는지 고민하고 어떤 형식으로 어떻게 쓸지 고민하지 그 이후는 아빠가 못하는 작업이야. 그림으로 치면 잘 못 그린 곳을 지우고 수정하고 레고로 치면 블록 잘못 쓴 거 찾아서 고치는 작업이지. 글에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또는 문맥 등등인데 아빤 이런 걸 잘 못 고치거든. 다행히 요즘은 AI라는 것이 있어 잘 못하는 걸 대신 도와주고 조언해줘서 이렇게 편하게 쓰는 거지. 그러고 보면 요즘 AI는 정말 놀랍더라. 예전엔 그저 대화나 좀 하는 정도로 쓸 수 있었는데, 요즘은 만들고 싶은 게 있다면 컴퓨터 세상에서는 어지간한 건 만들어주니 말이다. 그렇지? 보드 게임이나 숫자 게임, 아빠가 필요한 프로그램 등등을 만들어 봤는데, 모양새나 만듦새, 기능의 차이는 있겠지만 예전엔 감히 엄두가 안 나던 일들을 하게 되니 놀라울 뿐이지. 거기에 잠깐 사이에 이렇게 변했으니 앞으론 또 어떻게 변해갈지 몰라 궁금하기도 해. 혹시 모르지 예전과 같은 설레발이었을지도? 예전에 인터넷이 막 퍼지기 시작할 때 그런 이야기가 많았거든. 일자리가 줄어든다. 동네는 다 망한다. 직장에서 쫓겨나는 사람이 많을 거다. 그중에서도 학생들에게 가장 좋았던 말은 "이제 창의적인 사람이 돼야 하니 굳이 외우는 공부는 하지 않아도 된다!"였어.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모두 만세를 외쳤지. 물론 그 말이 틀렸다는 건 증명됐어. 창의력도 지식이 있어야 나오는 법이더라고. 요즘에도 다시 그런 말이 도는 것 같기도 한데 이번엔 어떻게 될지 걱정이네. 그러니 외우는 공부 우습게 보는 말이 돌아도 너희는 한 귀로 흘려. 오늘도 기우 하나를 적으며 글을 마무리할게 오늘도 재밌게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
요즘 무척 날이 시원하고 좋아 그렇지? 아빠도 그렇게 생각해. 어제 일 끝내고 차에서 내리는데 하늘에 붉은 노을이 아주 멋있게 펼쳐져 있었어. 그러면서 생각했지. 내일도 맑겠구나. 그러고 보면 너희도 이런 말 배웠는지 모르겠다. 저녁노을이 붉으면 다음 날 맑고 아침노을이 붉으면 비가 온다. 햇무리, 달무리가 지면 비가 온다. 아침 안개가 짙으면 맑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 개미가 줄이어 이사 가면 비가 온다. 영국 속담에 소가 누우면 비가 온다는데 이건 뻥인 것 같고 나중에 배울 테지만 기압이나 공기 중의 습기 때문에 벌어진다는데 꽤 잘 맞아.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확인해 보면 재밌을 거야. 실제로 어제 아빤 붉은 노을을 봤는데 오늘 날씨가 아주 좋잖아? 그나저나 오늘이 9월 11일이네. 아빠가 고등학생이었을 때인데, 뉴스를 보니 무서운 테러 사건이 미국에서 일어났었어. 그것 때문에 전 세계가 한동안 난리도 아니었지. 요즘처럼 꽤 오래 전쟁을 하기도 했고. 크게 번질 것 같진 않지만 계속 이렇게 전쟁이 벌어져 큰일이다. 세상이 급하게 변하려는가 싶네. 너희가 크고 취업할 때가 되면 어떤 모습으로 되어있을지. 뭐, 이런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기우라는 말을 써. 기우는 옛날 중국 기나라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까 봐 걱정했다는 데서 나온 말이야. 쓸데없는 기우보단 오늘 하루 재밌게 잘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9월 11일 아빠가 빅뱅 〈붉은 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