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만에 쓰는구나. 주 1회는 쓰려고 하는데 잘되지 않아 매번 아빠 스스로 게으름을 탓하곤 해. 넘어가줄 거지? 글쎄, 오늘은 좀 어렵고 재미없는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가끔 너희를 볼 때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는데, 그건 너희의 말투야. 원하는 것을 말할 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돌려서 간접적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더구나. 예를 들자면, 특정 과자가 먹고 싶을 때 “이거 누나가 좋아하는 건데”라고 말을 해, 아빠나 엄마가 “그럼 살까?”라고 알아채서 반응하게 하는 말투지. 엄마나 아빠가 지적은 한다만 사실 이런 말투는 대단한 말투고 예전부터 권장했던 방법이야. 심지어 2천 년 전에 쓰인 사마천의 『사기』에도 이런 방법을 써서 왕 다음 자리인 재상에 올라간 손숙오라는 사람의 사례를 실어서, 이 사람이 관리의 모범이라고 칭찬할 정도였으니까. 이 사람은 원하는 걸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돌려 깨닫게 했대. 예를 들면 사람들이 바퀴를 크게 만들게 하고 싶은데 잘 안 되니, 문턱을 높여 작은 바퀴는 넘어가는 데 매우 어렵게 해 사람들이 자진해서 바퀴를 크게 만들게 했다는 것처럼.* “나 이거 사줘!”처럼 원하는 걸 바로 말하면 반감을 사기 쉬워서, 되레 원하는 걸 얻기 어렵거든. 하지만 굳이 직접적으로 말하라고 지적했던 이유는 아직 어려서이기도 하고, 요즘은 직접적으로 말하는 게 뭔가 당당해 보이는 세태가 된 것 같아서? 모르겠다. 엄마도 아빠도 엄마, 아빠라는 것을 처음 해보다 보니 서로 많은 이야길 나누지만 늘 어렵네. 그러니 아빠, 엄마가 좀 실수해도 이해해줄 거지? 그래서 결론은 너희는 너희 의사를 아주 잘 이야기하고 있다는 거고. 조금만 더 잘 들리게 이야기해줬으면 더 좋겠다. 그럼 오늘 하루도 재밌게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10월 26일 아빠가 * 손숙오 이야기에서 아빠는 ‘바퀴’라고 했는데, 『사기』 원래 글에는 바퀴가 아니라 ‘수레’를 높이게 했다고 나와. 초나라 사람들은 바닥이 ...
그러고 보니 요즘 너희가 아빠에게 꿈이 뭐냐고 곧잘 묻던데. 그때도 이야기했지만 딱히 특별한 게 있진 않고 너희 나이 때엔 평범했지. 그땐 직업에 대해 많이 몰랐고 지금처럼 직업이 세분화되지 않았던 때라 반에 있는 남자애들에게 선생님이 물어보면 다들 "대통령이요!"라고 외치던 때였거든. 간혹 거기에 좀 약았던 애들은 국회의원? 여자애들은 아나운서? 뭐 이런 정도였지. 그땐 대통령이 인기여서 대통령을 소재로 한 농담을 모아놓은 책도 있었거든. 『YS는 못말려』와 같은. 지금이야 직업 체험을 해서 그런가, 유튜버나 건물주 등등이 나온다는 뉴스를 보긴 했지만 예전엔 그랬어. 그나마 지금 기억에 남는 재밌었던 일화를 쓰면, 초등학교 2학년 때였나? 선생님이 희망에 대해 그려보라고 했는데 다른 애들은 밝고 희망찬 이모티콘 같은 그림을 그렸는데 아빤 컴퓨터가 희망이라고 당시 개인용 컴퓨터를 떡하니 그렸지.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미래를 본 거야? 그치? 하하. 그 이후엔 세계 여기저기를 다녀보고도 싶었고 여행도 하고 싶어서 다녔는데 점차 현실적인 목표로 꿈이 변하더라고? 역시 서 있는 위치가 달라지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는 법이지. 꿈도 목표도 하다 보면 언제든지 바뀌는 법이야. 이 정도면 너희의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을까 싶다. 그럼 오늘도 재밌는 하루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10월 13일 아빠가 어려운 말 풀이 세분화 — 하나로 뭉뚱그려져 있던 것이 잘게 여러 갈래로 나뉘는 것. 또는 그렇게 나누는 것을 말해. 약다 — 눈치가 빠르고, 자기한테 이로운 쪽을 잘 알아채서 영리하게 구는 것을 말해. 소재 — 글이나 이야기, 그림 같은 걸 만들 때 바탕이 되는 재료를 말해. 일화 — 어떤 사람이 겪은 짧고 재미있는 이야기. 널리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뜻이야. 데프콘 〈힙합 유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