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보고 장난감도 샀던 볼트론. 사자 다섯 마리가 합체하는 변신 로보트라 인기가 엄청났었지. 이전에도 말했지만 아빠가 어렸을 땐 일본 만화의 절정기였던 것 같아. 아이뿐 아니라 어른이 봐도 재밌는 것, 아니지, 어른이 볼만한 만화를 아동용으로 만들다 보니 정말 재밌는 게 많았어. 그런데 당시는 1900년대에서 2000년대로 달력이 넘어가기 전이라 뒤숭숭했어. 그냥 날짜만 바뀌는 건데도 앞자리 숫자가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나 봐. 특히 일본이 그게 심했었는지 온갖 만화와 전대물에 어두운 내용이 많이 들어갔어. 기본은 지구가 망하기 직전까지 가는 거지. 볼트론 시작은 이래. 1999년에 핵전쟁이 나서 지구가 다 타 버려. 우주에 나가 있던 다섯 명이 돌아와 보니 고향은 불덩이가 돼 있는 거야. 그러니까 이 애들은 지킬 지구가 없는 채로 싸우는 거지. 로봇은 그다음에 나와. 거기다 파일럿 한 명은 6화에서 죽었을 거야. 후뢰시맨도 만만치 않아. 다섯 명의 아이가 있는데 그 다섯도 원래는 지구 아기였어. 외계인한테 납치돼서 다른 별에서 스무 해를 자랐지. 그러다 어른이 돼서 지구로 돌아와. 싸우러 온 게 아니라 부모 찾으러 온 거야. 그런데 다른 별에서 자란 몸이라 지구에 오래 있으면 죽는대. 마지막 회에선 남을 수 있는 시간이 화면에서 초 단위로 줄어들어. 부모를 찾은 건 다섯 중 한 명. 그마저 찾자마자 헤어져. 지구를 지켜 놓고 지구에서 못 살고 떠나는 거야. 볼트론은 남의 별을, 후뢰시맨은 지구를 지켜. 그런데 둘 다 돌아갈 집이 없어. 하나는 지구가 없어져서, 하나는 지구에서 살 수 없는 몸이라서. 아빠가 어렸을 땐 몰랐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주인공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았나 싶어. 꼭 그래야 했을까? 그래서 그런가 지금은 그런 거 말고 좀 밝은 내용과 색채의 만화가 많이 나오는 것 같더라. 카봇, 하츄핑, 또봇 등등등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때 있었던 이상한 이야기도 말해줄게. 그럼 오늘도 재밌게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아들, 오늘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갔다지? 어떻게 감기에 걸렸고 현재 네가 어디가 아픈지, 그래서 병원에 가야겠다며 네가 엄마에게 말했다던데 어린 나이이지만 대단하다. 그렇게 논리적으로 말하려 여러 사람이 노력하고 훈련을 하지만 잘 안 되어 자기의 생각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 지금도 어려워하지만 아빠도 어렸을 때 그게 잘 안 되었는지 곤지암 할머니가 웅변 학원을 보냈다고 했었거든. 지금은 연설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지만 당시엔 웅변이라는 말을 했었고 유행이었지. 여러 사람이 보는 단상 앞에 서서 자기의 생각을 일장 연설하는 법을 배우는 거였거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자신감을 키워 줄 수 있다는 말이 많아 당시에 유행했던 것 같아. 지금은 직접적인 웅변이나 연설이 아닌 다른 것으로 배우지. 발표 연습이라든가 유튜브로 방송을 하거나 쇼호스트로 나와 홈쇼핑에서 남에게 판매하는 법을 배우거나 등등. 점점 세분화되면서 바뀌더라. 그런 일을 하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전달하는 법에 익숙해지면 아빠보다 말을 잘하게 되지 않을까? 아빤 이상하게 말로는 아빠 생각이 온전히 다 전달이 안 되더라. 너무 축약해서 말이 나가는 경우도 있고 글보단 잘 안 되더라. 사람마다 말이 더 잘 되는 사람, 글이 잘 되는 사람이 있다던데, 아빠는 후자인가 봐. 이따 아빠가 퇴근하고 집에 가면 오늘 하루 어땠는지는 말해 줘. 그럼 오늘도 재밌게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9월 4일 아빠가 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