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에겐 초등학교, 아빠에겐 국민학교일 때 그러고 보면 아빤 참 곤충을 많이 잡았던 것 같아. 방학 숙제로 곤충 채집이 있을 정도여서 아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아이들이 엄청 잡았지. 어찌 보면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곤충 입장에선 끔찍할 거야. 가장 많이 잡았던 건 벌이었어. 붕붕거리며 날아다니는 게 신기하잖아? 나중에 알았지만 개미와 벌이 사촌이라며? 어쨌든, 놀이터 옆 관목에서 꽃이 참 많이 피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벌도 참 많았어. 많이 잡은 건 꿀벌이었지만 그래도 호박벌을 좋아했어. 뚱뚱한 게 열심히 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색도 나름 예쁘기도 했고. 그런데 쏘이면 꿀벌보다 아프기도 하고 많진 않아서 자주 잡진 않았어. 그리고 좋아했던 건 우리가 꽃등에라고 부르던 애가 있었는데, 생긴 건 꿀벌처럼 생겼는데 사실 파리래. 그래서 그런가 아주 마음 놓고 보일 때마다 잡았지. 잡아서 손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놓아주긴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정말 얼굴이 다르게 생기긴 했더라. 멀리서 볼 땐 배를 보면 꿀벌과는 다르게 생겨서 구별이 되긴 해. 그리고 말벌!! 얘는 쏘이면 정말 아파. 다행히 동네에 장수말벌까진 없었고 흔히 땅벌이라고 부르던 애가 좀 돌아다녔는데 얘를 잡는 게 용감함의 상징이었어. 달력이나 두툼한 종이로 깍지를 만들어 잡아서 땅으로 냅다 내려치면, 애가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 그때 데리고 놀다가 멀쩡해지면 날려주는 거지. 아차 해서 쏘이면 젤 아파. 지금은 안 잡지만 풍뎅이나 장수풍뎅이, 하늘소, 제일 좋아했던 사슴벌레도 많이 봤었지. 가끔 드는 생각은 이게 좋은 건가 싶어. 예전엔, 그리고 아빠의 전 세대는 이런 걸 더 많이 볼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 요즘은 볼 수 없잖아? 어떤 사람들은 예전에 환경이 더 깨끗해서 더 잘 볼 수 있는 것이라 이야기하겠지만 아빠 생각으론 예전보다 지금이 환경은 더 잘 조성되었는데 곤충이 살 수 없게 방역 작업을 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너넨 곤충이 나오면 일단 아빠! 하면서 찾겠지...
여름이라. 어렸을 때, 그러니까 94년도인 것 같은데 그때 정말 더웠어. 여름은 항상 덥긴 했는데 그땐 유독 더 덥더라. 너희 할머니는 아빠가 매번 "더워 더워"를 말하고 다니면 대야에 물을 받아 발을 담그고 선풍기를 쐬면 시원할 거라며 그렇게 해주곤 하셨지. 그리고 덥다고 계속 말하면 더 더우니 참으라는 말도 덧붙이셨고. 그땐 지금처럼 집에 에어컨이 없었거든. 연도는 좀 헷갈리는데, 아마 그때일 거야. 어떻게 된 건진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강릉 경포대로 가게 됐어. 사실 너희 할아버지는 일 때문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시고 바빠서 어디 갈 짬을 잘 못 냈거든. 근데 어쩐 일인지 해수욕장에 가게 된 거야! 정말 미친 듯이 놀았는데, 문제는 다음 날이었지. 물놀이할 때 삼각 팬티 같은 수영복만 입고 놀다 보니 등판과 팔다리, 심지어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올라서 피부가 양파 껍질처럼 벗겨지는 거야. 한동안 그걸 정신없이 떼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어. 정말 계속 벗겨지더라. 그때도 참 더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거기엔 명함도 못 내밀게 더우니 큰일이다. 밖에서 노는 건 엄두가 안 날 정도니 원. 너희도 해가 너무 뜨거우니 밖에서 조심히 놀고, 아빠처럼 아무 생각 없이 놀다 보면 햇빛에 살이 타서 홀라당 벗겨진다. 그럼 오늘 하루도 잘 보내고 딸내미, 넌 오늘 개학인데 방학 숙제는 다 끝나고 학교 간 건지 모르겠다.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18일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