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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1일

이제 여름방학이 끝났는데 아들은 아직 방학 숙제가 없었을 거고. 딸 넌 방학 숙제는 다 했는지 모르겠다.

아빠 딸내미니 너도 안 했겠지 뭐. 하하

그러고 보면 아빠 방학 숙제는 뭐였더라? 기억이 잘 안 나네.
뭔가 과제가 있었던 것 같아. 곤충 채집이나 우표 수집, 신문 사설 모으기, 일기 쓰기.

곤충 채집이야 날 잡아서 하면 되니 하긴 했지.
벌도 잡고, 개미도 잡고, 풍뎅이, 잠자리, 하늘소, 사슴벌레도 잡았어. 장수풍뎅이도 잡고 싶었는데 그건 정말 안 보이더라.

우표도 대충 개학 전에 몰아서 하긴 했어.
너희가 알진 모르겠지만 편지 보내려면 우표라는 걸 붙여야 하는데, 그거야 집에 온 편지에 있는 우표를 뜯어서 모으면 되니 벼락치기로 할 만했지.

신문 사설은, 당시 집에서 신문을 구독 중이었는데 삼겹살 구워 먹을 때 바닥에 기름 튀지 말라고 까는 용도로 모아 두고 있었지.
거기서 사설 부분만 오려서 가져갔지.

혹시 사설이 뭔지 알까? 신문사가 자기 생각을 글로 써서 신문에 올리는 걸 말해.

자기 생각을 올리는 거라고 했잖아?
이 숙제는 사실 신문사의 생각에 대해서 나의 생각을 적는 게 목적이었어.

'난 이러저러한 이유로 다르게 생각합니다!'라고 써야 하는데, 방학 동안 놀기만 했으니 그런 시간이 어디 있겠어?
그냥 오려서 공책에 붙이기 바빴지. 나중에 선생님이 한마디 하시더라.

그리고 대망의 일기!!
이것도 몰아서 쓰다 보니 난리가 났지.
일정은 하나도 안 맞지. 일정만 안 맞나? 날씨도 다 안 맞았어.
결국 선생님께 들켰지.

어떻게 됐냐고? 설마 아빠만 그랬겠어?
다들 그렇게 몰아서 했고, 그래도 써 온 애들은 넘어가고 아예 안 한 애들만 혼났지.

그땐 참 방학 끝날 때쯤 되면 정말 난리도 아녔다.

그럼 오늘도 재밌게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21일
아빠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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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5일

그러고 보면 예전에 아빠의 아빠인 할아버지도, 그리고 할머니도 아빠가 군대 훈련소 시절에 거의 매일매일 편지를 써 주셨던 적이 있었지. 그래도 나름 꽤 긴 기간을 매일매일 편지를 써 주셨는데, 마침 그 생각이 나서 아빠도 이렇게 써 봐. 물론 너네가 언제 볼지는 모르겠다. 아마 계속 못 볼 수도 있겠지. 안 보여줄 거거든. 그래서 뭘 써 볼까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다가 예전 일이 생각나네. 아마 지금부터 삼 년 전인가, 아니 그것보다 더 됐을 거다. 사 년인가 됐을 거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빠가 세탁소를 창업했거든. 육아 휴직 중인 회사를 때려치우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눈이 멀었나 보지 뭐. 그때 아빠 기억으로는 딸내미 네 나이가 세 살, 아들 네 나이가 아마 한 살이었을 거야. 물론 돌은 지났지. 처음에는 매장 마감 시간이 여덟 시라 그 시간에 퇴근을 해 집에 아홉 시에 무난하게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게다가 엄마 아빠가 둘이 같이 일하니까 한 사람은 먼저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 처음엔 엄마만 하는 걸로 했지만, 시작하기 직전에 일이 너무 많아 보인다며 엄마가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는 거야. 실제로도 일이 너무 많았지.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이건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니, 하다 보면 육아에도 조금 더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해서 같이 하게 됐지. 그런데 웬걸, 퇴근 시간이 여덟 시인데 첫 주에 집에 새벽 두 시에 들어갔어. 그럼 너네는 누가 봐 줬냐 하면 할머니가 봐 줬지. 인천 할머니랑 곤지암 할머니가 번갈아 오셨어. 나중엔 곤지암 할머니가 전담으로 봐주셨는데, 그 생활이 너네도 알다시피 2년으로 꽤 길었지.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딸내미 네가 그런 얘길 하는 거야. 네가 아빠 옆에 누워 잠들려고 할 때, 어린이집에서 “엄마 아빠가 어디 갔지. 못 말려 정말.” 이랬다고 아빠인 나한테 얘기하는 거지, 계속. 그때는 정말 ‘내가 뭘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 근데 그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