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2026년 8월 6일

글쎄, 재밌는 이야기 하나 들려줄까? 늘 그렇듯 아빠만 재밌는 이야기지만.

아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도 삼국지를 참 좋아했어. 그때 전략 삼국지라고 60권짜리 만화책 시리즈가 집에 있었거든.

이상하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다른 만화책을 보는 건 못하게 했는데, 그건 봐도 뭐라고 안 하더라. 그래서 마르고 닳도록 봤지 정말.

근데 거기서 유비가 참 마음에 들었어. 유비는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진심을 갖고 찾아오더라고.

지금도 그렇지만 아빠는 친구를 만나거나 사람을 사귈 때 누가 먼저 오는 법이 없거든.

그래서 이 부분을 아버지, 너희에겐 곤지암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그러시더라고.

“목마른 놈이 우물 파야지 별수 있겠냐. 그리고 친구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다.”

정확한 문장은 아니지만 이런 말이었어.

사실 이상한 말이고 엉뚱한 말이잖아? 아니, 아빤 친구가 먼저 다가오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말이야.

그런데 그 이상한 말을 듣고 지금까지 그게 일종의 지침이 됐고, 그다음부턴 친구를 사귀거나 안 만나게 될 때도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됐어.

아빠한테 맞는 말이었나 봐.

물론 여기서 재밌는 게 있는데, 이 이야기를 너희 곤지암 할머니께 했더니

“웃기시네. 자기도 그걸 못해서 힘들어하면서 애한테 별소리를 다 하네.”

라고 하시면서 콧방귀를 뀌시더라.

이제 너도 학교에 가는 나이라 요즘 부쩍 아빠에게 친구 때문에 속상하다는 말을 곧잘 하는데, 저런 말을 해줄 수도 없고 고민이다.

그래도 부딪히다 보면 너희 나름의 방법을 찾아내겠지?

그때까지 고생 좀 하고 머리도 굴려보고 해봐. 방법은 분명 있을 거야.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고 아프지 말고.

특히 아들, 넌 부딪히지 좀 말아라. 엄살도 심한 게 매일 어디 부딪혀서 아프다고 찡찡대고 말이야.

그럼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6일
아빠가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2026년 8월 24일

며칠 전에 방학 숙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곤충 채집을 했다고 했었지? 그때도 적었지만, 아빤 풍뎅이와 사슴벌레를 참 좋아했었어. 당시 아빠 학교는 담벼락에 무궁화를 쭉 심어서 무궁화가 많이 피어 있었지. 어떤 애는 하얀 꽃, 어떤 애는 분홍 꽃 등등 예뻤었지. 무궁화를 보면 꽃이 참 큰데 안을 자세히 보면 꼭 풍뎅이가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 그 안에서 놀고 있더라. 동글동글하니 귀엽게 생긴 데다 벌처럼 쏘지도 않고 하늘소처럼 물지도 않으니 데리고 놀기 딱 좋았지. 손에 올려서 이리저리 애가 돌아다니는 거 보고 하다가 다시 놓아주고 그랬어. 문제는 사슴벌렌데 사슴벌레에게 미안한 짓을 참 많이 했어. 온순한 애인데 괜히 잡아다 멋있다고 키우다가 잘못 키워서 애가 죽고 그랬거든. 괜히 싸움 시킨다고 다른 사슴벌레랑 싸움 붙이고. 괴롭히고. 그래도 우린 그게 애들을 괴롭히는 건지도 모르고 톱사슴벌레, 황소사슴벌레라고 부르던 애들은 참 뿔이 멋들어지게 생겨서 좋아했지. 가끔 이렇게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에 더 잔인할 때가 있어. 멋있어서 그래, 좋아해서 하는 거야 라고 했던 행동이 대상에겐 잔인한 행동이 될 거라곤 그땐 미처 몰랐던 거지. 그래서 성악설 이야기가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오늘도 재밌는 하루를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24일 아빠가 산울림 〈개구쟁이〉

2026년 8월 27일

요즘 오디세이라는 영화가 인기래. 그리고 스파이더맨도 인기지. 공통점은 둘 다 히어로 영화라는 거야. 너희도 히어로 좋아하지? 아빠도 좋아해. 그러고 보니 예전에 히어로를 찾아서 책을 본 적이 있었는데, 아! 사실 히어로를 찾으려 책을 봤다기보단 전설을 찾아보기 위해 책을 조사하고 있었지. 전설! 재밌겠지? 예전에 아빠가 다녔던 도서관엔 향토지리지인가 향토대백과인가 하는 책이 있었어. 그 책엔 대한민국의 여러 지역에 대한 내용, 그중엔 설화와 기원, 전설이 적혀 있었어. 당시에 납량특집이라는 무서운 드라마가 유행이라 귀신, 전설에 관심이 많을 때였거든. 이건 귀신이나 무서운 내용은 아니지만 좀 너무한 이야기야. 아기장수 이야기인데, 간단하게 이야길 하자면 어느 집에 엄마가 아이를 가졌는데, 10달이 넘어도 안 태어나더래. 원래 10달이 되면 아이가 태어나야 하잖아? 근데 10달이 넘었는데도 안 태어나는 거지. 신기하지? 그러다 엄마가 꿈을 꿨는데 너무 이상했다는 거야. 그러다 10달을 한참 넘겨 아이가 태어났는데, 글쎄 아이 겨드랑이에 날개가 있었다는 거야! 그리고 날아도 다니고 힘도 엄청 셌나 봐. 헐크나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맨은 힘은 세지만 날아다니진 않잖아? 대단하지? 신기하지? 그런데 너무 옛날에 태어난 게 문제였어. 조선 시대엔 그런 아이는 나중에 집안을 망하게 할 아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태어난 아이를 부모가 죽였대. 너무하지? 아기장수에겐 나중에 타고 다닐 용마가 있는데 그 용마가 자기 주인이 될 아기가 죽으니 너무 슬펐나 봐. 그 아이가 죽을 때, 하늘에 용마가 나타나 슬프게 울다가 떨어져 용마도 죽고 말았대. 어렸을 때 아빠가 살았던 충주엔 그런 전설이 있어. 그냥 아이일 뿐인데, 너무하지? 짧은 전설이긴 한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나는 걸 보면, 어렸을 때의 아빠도 그런 생각을 했었나 봐. 요즘 히어로 영화가 유행하다 보니 예전에 아빠가 살던 동네 전설도 생각나네. 그럼 오늘도...

2026년 8월 5일

그러고 보면 예전에 아빠의 아빠인 할아버지도, 그리고 할머니도 아빠가 군대 훈련소 시절에 거의 매일매일 편지를 써 주셨던 적이 있었지. 그래도 나름 꽤 긴 기간을 매일매일 편지를 써 주셨는데, 마침 그 생각이 나서 아빠도 이렇게 써 봐. 물론 너네가 언제 볼지는 모르겠다. 아마 계속 못 볼 수도 있겠지. 안 보여줄 거거든. 그래서 뭘 써 볼까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다가 예전 일이 생각나네. 아마 지금부터 삼 년 전인가, 아니 그것보다 더 됐을 거다. 사 년인가 됐을 거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빠가 세탁소를 창업했거든. 육아 휴직 중인 회사를 때려치우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눈이 멀었나 보지 뭐. 그때 아빠 기억으로는 딸내미 네 나이가 세 살, 아들 네 나이가 아마 한 살이었을 거야. 물론 돌은 지났지. 처음에는 매장 마감 시간이 여덟 시라 그 시간에 퇴근을 해 집에 아홉 시에 무난하게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게다가 엄마 아빠가 둘이 같이 일하니까 한 사람은 먼저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 처음엔 엄마만 하는 걸로 했지만, 시작하기 직전에 일이 너무 많아 보인다며 엄마가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는 거야. 실제로도 일이 너무 많았지.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이건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니, 하다 보면 육아에도 조금 더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해서 같이 하게 됐지. 그런데 웬걸, 퇴근 시간이 여덟 시인데 첫 주에 집에 새벽 두 시에 들어갔어. 그럼 너네는 누가 봐 줬냐 하면 할머니가 봐 줬지. 인천 할머니랑 곤지암 할머니가 번갈아 오셨어. 나중엔 곤지암 할머니가 전담으로 봐주셨는데, 그 생활이 너네도 알다시피 2년으로 꽤 길었지.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딸내미 네가 그런 얘길 하는 거야. 네가 아빠 옆에 누워 잠들려고 할 때, 어린이집에서 “엄마 아빠가 어디 갔지. 못 말려 정말.” 이랬다고 아빠인 나한테 얘기하는 거지, 계속. 그때는 정말 ‘내가 뭘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 근데 그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