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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복지시설의 면접 후기 - 이런게 갑의 위력일까?

이 글은 바로 전에 쓴 글인 어느 복지시설의 면접 문항과 연결되는 글이다.

접수 마감일이 끝나고 며칠이 지나자 다음 날 면접을 진행해도 괜찮겠냐며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다.
전화로 면접 일시와 오는 법을 알려주더니 마지막에 짧게 간단한 필기시험이 있으니 필기구를 가지고 오라는 말과 함께 끊었다.

필기시험??

자다 전화를 받은 상황이라 말해주는 것을 받아 적으며 정신없이 전화를 끊었는데, 메모지에 적혀 있는 필기시험이라는 단어 때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때부터 정신없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채용공고에는 어떠한 말도 적혀있지 않았던 터라 어떤 것을 볼지 알 수가 없어 일단 사업 내용부터 차근차근 살피고 관련된 뉴스가 있는지 봤지만 자소서를 쓰면서 봤던 것 외엔 새로운 것이 없었다.

기관소개나 사업 내용을 굳이 필기시험 형식으로 물어 볼 것 같진 않았기에 면접 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숙지하기로 하고 실무적인 이야기가 나올까 싶어 보건복지부 사이트에 올라온 운영지침을 내려받았는데. 무려 300페이지가 넘는 분량.

날을 새어서야 겨우 운영지침, 전공서적을 짧게나마 훓어볼 수 있었고 기관 사업 내용도 다시 볼 수 있었다.

전날부터 보았던 내용을 계속 되뇌고 어떤 말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기관에 도착했는데... 이때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1명을 뽑는 채용공고였는데, 면접자가 무려 십여 명이었다. 두세명을 잘못 봤나 싶어 다시 공고를 살펴봤지만 1명이 맞았다.

1명을 뽑는다면 면접자는 서너 명이 일반적이지 않나란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쩌겠나. 뽑는 사람 맘이지.

밤을 새우면서 봤던 것을 상큼하게 쓸데없는 짓으로 만들어준 필기시험을 보고 있는데, 한 사람이 질문했다.

"여기 제가 작성한 프로그램을 이 기관에서 벤치마킹할 수도 있는 건가요?"

돌아온 대답은 "네. 대신 쓰게 된다면 연락은 드릴게요."

뉴스에서 회사가 지원자의 포트폴리오나 아이디어를 빼서 쓴다는 말은 듣긴 했지만 직접 겪으니 느낌이 신선했다. 갑의 횡포를 한층 더 느끼게 되었달까?

시험지 작성이 끝나고 면접을 봤는데 정말 순식간에 끝났다.

실무자 2명과 2:1 면접을 치렀는데 질문은 "어떻게 출퇴근하실 거예요?" 채 2분이 안 걸렸다.
거리도 매우 먼 거린데 차비도 안 줄 거면서 왜 부른 건가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대기실에 남아 있는 다른 사람에게도 물어보니 질문은 모두 같았고 면접시간도 다 비슷했다. 가장 오래 걸린 시간이 5분 남짓이었고 그것도 기혼에 여자인 경우는 혼자 살 수도 있는데 괜찮으냐는 질문이 하나 더 추가된 정도였다.

그래도 떨어지는 것보다는 어디라도 들어가야 하는 처지라 되길 빌어보지만, 그것도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여의치 않을 것 같다.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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