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글

라벨이 육아일기인 게시물 표시

2026년 8월 7일

막내라, 아들아. 미안하지만 아빠는 막내가 아니라 네 심정은 잘 모르겠다. 어제 네가 누나가 자꾸 시키고 태권도장 형, 누나들이 막내라고 신경 안 써줘서 막내는 너무 힘들다며 “난 평생 막내야”라고 엉엉 울던데. 아! 이 말이 압권이었어. “막내라서 좋은 건 내가 오래 살 수 있는 거야?” 아빠가 여기에 대답은 못 해줬어. 일단 너무 웃기기도 했는데, 흔히 가는 덴 순서 없다잖아. 엄마도 웃으면서 이야기하더라. 근데 이제 일곱 살인 네게 이 이야길 할 순 없잖아? 그렇게 억울한 게 생기면 어제처럼 이야기하고 울고 풀어. 아빠 말이 위로나 해결책은 되지 않겠지만, 사실 긁어 부스럼이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누나도 누나 나름의 고충이 있고 불공평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아빠도 어렸을 때 네 고모가 곤지암 할머니께 이런 이야길 하면 이해를 못 했고 지금도 그래. 세상은 언제나 나에게 불공평하고 내가 제일 힘든 법이니. 그래도 넌 잘하고 있어. 누나는 지금 초등 저학년인데 두 자릿수 덧셈 엄청 어려워하고 있잖아? 반면에 넌 어제 아빠한테 25+25=50이고, 이걸 각 자릿수에 맞춰 계산하는 걸 말로도 블록으로도 버벅이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했잖아? 어제 아빠랑 엄마가 얼마나 감탄했는지 아냐? 그리고 딸내미야. 넌 동생 좀 그만 시켜 먹어라. 네 방 정리 정도는 네가 해야 하지 않겠니? 그걸 꼭 앉아서 동생을 부려 먹어야겠어? 이런 말 하면 도와주는 대신 뭐 해주기로 했다, 서로 거래했다 하며 울음 가득한 눈으로 너도 억울해할 텐데. 에휴. 됐다. 이러나저러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7일 아빠가

2026년 8월 6일

글쎄, 재밌는 이야기 하나 들려줄까? 늘 그렇듯 아빠만 재밌는 이야기지만. 아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도 삼국지를 참 좋아했어. 그때 전략 삼국지라고 60권짜리 만화책 시리즈가 집에 있었거든. 이상하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다른 만화책을 보는 건 못하게 했는데, 그건 봐도 뭐라고 안 하더라. 그래서 마르고 닳도록 봤지 정말. 근데 거기서 유비가 참 마음에 들었어. 유비는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진심을 갖고 찾아오더라고. 지금도 그렇지만 아빠는 친구를 만나거나 사람을 사귈 때 누가 먼저 오는 법이 없거든. 그래서 이 부분을 아버지, 너희에겐 곤지암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그러시더라고. “목마른 놈이 우물 파야지 별수 있겠냐. 그리고 친구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다.” 정확한 문장은 아니지만 이런 말이었어. 사실 이상한 말이고 엉뚱한 말이잖아? 아니, 아빤 친구가 먼저 다가오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말이야. 그런데 그 이상한 말을 듣고 지금까지 그게 일종의 지침이 됐고, 그다음부턴 친구를 사귀거나 안 만나게 될 때도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됐어. 아빠한테 맞는 말이었나 봐. 물론 여기서 재밌는 게 있는데, 이 이야기를 너희 곤지암 할머니께 했더니 “웃기시네. 자기도 그걸 못해서 힘들어하면서 애한테 별소리를 다 하네.” 라고 하시면서 콧방귀를 뀌시더라. 이제 너도 학교에 가는 나이라 요즘 부쩍 아빠에게 친구 때문에 속상하다는 말을 곧잘 하는데, 저런 말을 해줄 수도 없고 고민이다. 그래도 부딪히다 보면 너희 나름의 방법을 찾아내겠지? 그때까지 고생 좀 하고 머리도 굴려보고 해봐. 방법은 분명 있을 거야.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고 아프지 말고. 특히 아들, 넌 부딪히지 좀 말아라. 엄살도 심한 게 매일 어디 부딪혀서 아프다고 찡찡대고 말이야. 그럼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6일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