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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일

만드는 걸 좋아하냐고? 아빠가 만드는 것에 대한 로망과 기억이 있지. 그리고 로망은 있지만 아래의 기억 때문에 썩 좋아하진 않아. 어렸을 때 학교에선 다양한 걸 시도했거든. 그중 하나는 만들기, 공작이었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라디오였어. 예전에 말했었지만 학교 앞 문방구에선 없는 게 없어서 라디오 만들기 키트도 팔았었거든. 그래서 그걸 사서 수업 시간에 만드는데, 말만 거창하지 사실 어렵지 않아. 레고마냥 단순 조립하고 전기만 통하게 하면 되는 거였거든. 근데 안 되네? 아빠 성격 탓인지는 몰라도 살살 정확히 잘 꽂고 했어야 하는데 힘으로, 어거지로 조립을 하려 했었는지 부품이 망가졌던 것 같아. 결국, 부품이 망가지며 망했지. 그리고 글라이더 만들기. 가을만 되면 글라이더라는 비행기를 만들곤 했어. 나뭇대로 접착제를 발라 비행기 형태를 만들고 가벼운 종이인 습자지를 만들어둔 틀에 붙이는 거지. 그다음 날리면 되는데! 이상하게 날개가 뒤틀려 있어서인지 멀리 안 가고 추락하네? 매번 만들면서도 잘 안 됐어. 그리고 방패연 만들기나 찰흙으로 컵 만들기나 기타 여러 가지를 학교에서 했었는데 번번이 실패. 성공한 건 가오리연 만들기 정도? 이건 쉽더라. 그다음 최악의 실패는 컴퓨터였어. 컴퓨터 부품 중에 램이라는 부품이 있는데 조심해서 잘 꽂아야 하거든? 보드에 넣으면 찰칵 소리와 함께 들어가야 한단 말이지. 근데!! 안 들어가. 이상하지? 힘으로 눌렀어. 그래도 안 들어가. 이상하지? 옆에서 보던 친구가 말리고 넣어주지 않았으면 컴퓨터 보드를 날려 먹었을지도 몰라. 이렇게 오늘은 아빠의 똥손의 향연을 이야기해봤어. 만들기 한다고 날려 먹은 용돈이 얼만지 참. 그래도 요즘은 AI가 있으니 프로그램은 대충 만들 수 있어서 좋네. 너넨 그래도 아빠보단 감각이 있어서 다행이다. 레고도 잘 조립하고 미니어처도 만든다고 꼼지락거리고. 그래, 그럼 오늘도 재밌는 하루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10월 ...

2026년 9월 21일

오늘은 아빠가 어렸을 때 친구들과 보고 했던 걸 이야기해 볼까 하다가, 너희가 한 말이 생각났어. 예전에 학교에서 피구를 했다지? 아빠도 피구 하면 생각나는 게 있어. 피구!! 너희는 좋아하는지 모르겠는데, 피구는 아빠 때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이 같이 할 수 있는 운동이었어. 남자아이들은 주로 축구와 농구를 했는데 여자아이들은 잘 안 하더라고. 근데 또 피구는 자주 하더라? 그래서 체육 시간에 선생님이 자주 시키곤 했지. 피구는 사실 남자애들한텐 심심한 편이었는데, 그래도 자주 했던 건 만화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때 〈피구왕 통키〉라는 만화영화가 있었거든. 지금도 기억나는 건 오프닝 곡이 참 좋았다는 것. 그리고 불꽃슛! 불꽃슛을 외치며 던지면 공이 불을 뿜으면서 날아가. 그래서 공을 잡아도 상대가 날아가 버려서 지게 돼. 만화에서 최고, 최강의 기술로 나와. 이게 엄청 유행이라 애들이 “불꽃슛!” 하고 외치면서 공을 던졌다니까! 아빠는? 글쎄, 다행히 안 한 것 같아. 아빤 농구, 축구 쪽이었거든. 대신 축구는 〈축구왕 슛돌이〉를 보고 따라 했지. 하하 아유, 창피해. 그리고 불꽃슛 모양이 들어간 피구공도 많이 팔렸지. 아빠랑 비슷한 나이 어른들은 다들 알지 않을까? 그땐 볼 게 티비나 비디오 정도라서 다들 비슷한 걸 보고, 비슷하게 알고 있었어. 그게 다 이야깃거리가 됐지. 너희는 나중에 크면 또래 애들하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네.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 이야길 하려나? 그럼 오늘도 재밌게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9월 21일 아빠가 어려운 말 풀이 오프닝 — 만화나 방송이 시작할 때 나오는 부분. 여기서는 그때 나오는 노래를 말해. 유행 — 어떤 놀이나 물건, 말투 같은 게 한동안 많은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지는 것. 비디오 — 여기서는 영상을 담아 두던 테이프. 기계에 넣어서 텔레비전으로 틀어 봤어. 이야깃거리 — 같이 이야기할 만한 거리. 또래 — 나이나 수준이 비슷한 친구...

2026년 9월 16일

자전거가 요즘은 달리기에 밀려 인기가 덜하지만, 한동안은 인기가 높았지. 아빠도 자전거를 엄청 좋아해. 내 기억으론 아마 11살이었을 거야. 두 발 자전거를 처음 배운 건. 친구가 보조바퀴를 떼고 자전거를 타게 됐다고, 아빠한테도 타는 법을 알려준다며 주차장 언덕에서 자전거를 태우고 밀었지. 그렇게 해야 빨리 배운다나? 중간에 넘어지고 난리도 아녔지. 나중엔 사람 많은 곳을 피해 다니는 연습이라며, 사람 많이 다니는 골목길로 밀어 넣더라니까? 여기저기 부딪치고 넘어지고 정말 난리도 아녔다. 정말. 2년 뒤 윗집 형의 자전거를 물려받아, 드디어 아빠의 자전거가 생겼어. 자전거가 생기니 드는 느낌은 자유였어. 아빠 다리로 페달을 굴려서 어디든 갈 수 있잖아? 그리고 스치는 바람도 시원해 너무 좋더라고. 정말 여기저기 다녔었는데, 저 멀리 떨어진 친구 집에도 놀러 가고, 심지어 동네 뒷산을 자전거 타고 올라갔었다고! 그리고 조금 커서는 학교 소풍 때도 끌고 갔고, 어른이 되었을 땐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도 한 바퀴 돌았었지. 그뿐인가, 한강 자전거 길을 따라 여의도도 가고 양평 두물머리도 몇 번씩 갔었지. 지금은 동네가 굴곡이 심하고, 시간이 없어 타기도 어렵고, 자전거가 망가져 없다는 핑계를 대며 안 타고 있어. 그래도 가끔씩 그립기도 해. 다음엔 전기 자전거라도 사볼까? 하하. 너희는 어디든 갈 수 있다면 어디 가 보고 싶어? 오늘도 재밌게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9월 16일 아빠가 어려운 말 풀이 물려받다 —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거나 쓰던 걸 넘겨받는 거야. 페달 — 자전거에서 발로 밟아 바퀴를 굴리는 부분이야. 자유 — 누가 붙잡거나 막지 않아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태야. 굴곡 — 이리저리 굽고 꺾인 모양이야. 핑계 — 하기 싫은 일을 피하려고 다른 까닭을 내세우는 거야. 자전거 탄 풍경 〈너에게 난, 나에게 넌〉

2026년 9월 8일

어디 보자. 전에 만화 이야길 했었지? 아빠가 어릴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마르고 닳도록 자주 보던 만화책이 하나 있었지. 전략 삼국지!! 무려 60권짜리였지. 정말 재밌게 봤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어디 갔는지 모르겠네. 곤지암 할머니가 아빠에게 다른 집 아이 줘도 되냐고 물었던 기억이 있는 걸 봐선 누구 줬겠지. 뭐 그보다 이제 살면서 누군가가 너희에게 삼국지 이야길 많이 할 거야. 오늘만 해도 아빠와 엄마가 삼국지에 나오는 고사인 삼고초려를 이야기했다니까? 아빠가 너희에게 처음 이야기해주는 거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하하 너희에게 말해야 할 건 삼국지가 뭐냐는 거겠지? 옛날 중국 역사 소설 이야기인데 그중에서도 나라가 셋으로 나뉘어 싸울 때가 있었어. 나라가 나뉘어 서로 싸우는 걸 내전(內戰) 이라고 하는데 어찌나 대단하고 유명한지 최고의 내전이라고들 해. 그 이야기 속 사건과 사람들이 너무 흥미로워서 1,7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이 그걸로 이야기할 정도야. 그뿐인가? 게임, 영화, 드라마도 만들어서 사골마냥 울궈먹지. 아빠도 좋아해서 지금도 시간 날 때 가끔 봐. 어떤 영웅은 미래를 꿈꾸며 사람을 모으고 어떤 영웅은 자신의 꿈을 이뤄줄 사람을 찾아다니고 어떤 영웅은 전쟁에서 멋진 활약을 하기도 하고 어떤 영웅은 미래를 준비하고 어떤 영웅은 좌절해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기도 하고 등등등 수많은 사람이 등장해 지금까지도 누가 좋니, 누가 세니, 누가 더 똑똑하니 등으로 다투고 있지. 그때 만들어진 내용이나 제도가 오늘까지 내려오는 것도 있고. 예를 들면 당시 관리를 1~9품으로 나눴는데, 그게 여러 나라에 전해져서 오늘날 대한민국까지 영향을 줬어. 건너건너긴 하지만 우리나라 공무원도 1~9급으로 나뉘어 있지. 지금은 어렵겠지만 나중에 너희들도 꼭 한번 봐봐. 정말 재밌거든. 이야기하니 다시 보고 싶네. 그럼 오늘도 재밌게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내전(內戰): 안 내(內), 싸울 전(戰). 한 나라 안에서 편이 갈려 서로 싸우는 ...

2026년 9월 5일

아빠가 보고 장난감도 샀던 볼트론. 사자 다섯 마리가 합체하는 변신 로보트라 인기가 엄청났었지. 이전에도 말했지만 아빠가 어렸을 땐 일본 만화의 절정기였던 것 같아. 아이뿐 아니라 어른이 봐도 재밌는 것, 아니지, 어른이 볼만한 만화를 아동용으로 만들다 보니 정말 재밌는 게 많았어. 그런데 당시는 1900년대에서 2000년대로 달력이 넘어가기 전이라 뒤숭숭했어. 그냥 날짜만 바뀌는 건데도 앞자리 숫자가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나 봐. 특히 일본이 그게 심했었는지 온갖 만화와 전대물에 어두운 내용이 많이 들어갔어. 기본은 지구가 망하기 직전까지 가는 거지. 볼트론 시작은 이래. 1999년에 핵전쟁이 나서 지구가 다 타 버려. 우주에 나가 있던 다섯 명이 돌아와 보니 고향은 불덩이가 돼 있는 거야. 그러니까 이 애들은 지킬 지구가 없는 채로 싸우는 거지. 로봇은 그다음에 나와. 거기다 파일럿 한 명은 6화에서 죽었을 거야. 후뢰시맨도 만만치 않아. 다섯 명의 아이가 있는데 그 다섯도 원래는 지구 아기였어. 외계인한테 납치돼서 다른 별에서 스무 해를 자랐지. 그러다 어른이 돼서 지구로 돌아와. 싸우러 온 게 아니라 부모 찾으러 온 거야. 그런데 다른 별에서 자란 몸이라 지구에 오래 있으면 죽는대. 마지막 회에선 남을 수 있는 시간이 화면에서 초 단위로 줄어들어. 부모를 찾은 건 다섯 중 한 명. 그마저 찾자마자 헤어져. 지구를 지켜 놓고 지구에서 못 살고 떠나는 거야. 볼트론은 남의 별을, 후뢰시맨은 지구를 지켜. 그런데 둘 다 돌아갈 집이 없어. 하나는 지구가 없어져서, 하나는 지구에서 살 수 없는 몸이라서. 아빠가 어렸을 땐 몰랐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주인공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았나 싶어. 꼭 그래야 했을까? 그래서 그런가 지금은 그런 거 말고 좀 밝은 내용과 색채의 만화가 많이 나오는 것 같더라. 카봇, 하츄핑, 또봇 등등등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때 있었던 이상한 이야기도 말해줄게. 그럼 오늘도 재밌게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31일

지금은 거의 기억을 못 하지만 아빠가 어렸을 때, 할머니가 참 이것저것 많이 시키셨지. 놀기도 많이 놀았고 학습지도 참 많이 했어. 할머니 말씀으로는 뭘 잘할지 몰라 이것저것 시켜 보셨다고 하더라. 오늘은 그중에서 한자를 해 볼까? 역시 이것도 학습지로 했어. 그런데 한자는 다른 것과 다르게 배우기 참 쉽더라고. 영어나 산수는 꽤나 어려웠는데 한자는 그저 외우기만 하면 된단 말이지? 거기다 어떤 건지 글자를 보면 이거겠구나 알아볼 수 있는 것도 있고. 큰 대(大)만 봐도 그렇잖아? 사람이 팔 넓게 뻗고 있으니 크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 아빤 옛날에 외우는 건 자신 있었거든. 물론 그땐 그랬어. 지금은 아니지만. 그리고 이전에도 말했지만 집에서 신문을 봤는데, 정말 정말 정말 한자가 많아서 한자를 알아야만 읽을 수 있었어. 그뿐인가? 책도 조금 어려운 단어는 전부 한자로 되어 있어서 써먹기 좋았지. 외운 걸 바로 써먹을 수 있으니 더 잘 외워지고 얼마나 재밌겠어? 그렇게 아빠가 처음 한자 공부를 할 때가 김영삼 대통령 시절, 국민학생 때였어. 국민학교는 지금은 이름이 바뀌어서 초등학교가 됐어. 그때 민족주의 열풍이 불었었거든. 국민학교도 그때 초등학교로 바뀐 거고. 어쨌든 한자 병기가 그 시절 이후에 잘 안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빤 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다른 사람은 컴퓨터 때문이라고들 하더라? 어쨌든 그 이후 한자 병기가 사라져서 한자 자체는 잘 안 보이지만, 그래도 한국어엔 한자어가 많아 그때 배워 두길 잘한 거 같긴 해. 자, 퀴즈. 이 편지엔 어떤 한자어가 있을까요? 그럼 오늘도 재밌는 하루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31일 아빠가 정답! 먼저 딱 봐도 한자어 같은 것들부터. 한자(漢字) — 漢은 한나라 한, 字는 글자 자. 옛날 중국 한나라에서 쓰던 글자란 뜻이야. 한자어(漢字語) — 거기에 語(말씀 어)가 붙었어. 한자로 만든 낱말. 학습지(學習紙) — 學은 배울 학,...

2026년 8월 24일

며칠 전에 방학 숙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곤충 채집을 했다고 했었지? 그때도 적었지만, 아빤 풍뎅이와 사슴벌레를 참 좋아했었어. 당시 아빠 학교는 담벼락에 무궁화를 쭉 심어서 무궁화가 많이 피어 있었지. 어떤 애는 하얀 꽃, 어떤 애는 분홍 꽃 등등 예뻤었지. 무궁화를 보면 꽃이 참 큰데 안을 자세히 보면 꼭 풍뎅이가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 그 안에서 놀고 있더라. 동글동글하니 귀엽게 생긴 데다 벌처럼 쏘지도 않고 하늘소처럼 물지도 않으니 데리고 놀기 딱 좋았지. 손에 올려서 이리저리 애가 돌아다니는 거 보고 하다가 다시 놓아주고 그랬어. 문제는 사슴벌렌데 사슴벌레에게 미안한 짓을 참 많이 했어. 온순한 애인데 괜히 잡아다 멋있다고 키우다가 잘못 키워서 애가 죽고 그랬거든. 괜히 싸움 시킨다고 다른 사슴벌레랑 싸움 붙이고. 괴롭히고. 그래도 우린 그게 애들을 괴롭히는 건지도 모르고 톱사슴벌레, 황소사슴벌레라고 부르던 애들은 참 뿔이 멋들어지게 생겨서 좋아했지. 가끔 이렇게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에 더 잔인할 때가 있어. 멋있어서 그래, 좋아해서 하는 거야 라고 했던 행동이 대상에겐 잔인한 행동이 될 거라곤 그땐 미처 몰랐던 거지. 그래서 성악설 이야기가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오늘도 재밌는 하루를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24일 아빠가 산울림 〈개구쟁이〉

2026년 8월 21일

이제 여름방학이 끝났는데 아들은 아직 방학 숙제가 없었을 거고. 딸 넌 방학 숙제는 다 했는지 모르겠다. 아빠 딸내미니 너도 안 했겠지 뭐. 하하 그러고 보면 아빠 방학 숙제는 뭐였더라? 기억이 잘 안 나네. 뭔가 과제가 있었던 것 같아. 곤충 채집이나 우표 수집, 신문 사설 모으기, 일기 쓰기. 곤충 채집이야 날 잡아서 하면 되니 하긴 했지. 벌도 잡고, 개미도 잡고, 풍뎅이, 잠자리, 하늘소, 사슴벌레도 잡았어. 장수풍뎅이도 잡고 싶었는데 그건 정말 안 보이더라. 우표도 대충 개학 전에 몰아서 하긴 했어. 너희가 알진 모르겠지만 편지 보내려면 우표라는 걸 붙여야 하는데, 그거야 집에 온 편지에 있는 우표를 뜯어서 모으면 되니 벼락치기로 할 만했지. 신문 사설은, 당시 집에서 신문을 구독 중이었는데 삼겹살 구워 먹을 때 바닥에 기름 튀지 말라고 까는 용도로 모아 두고 있었지. 거기서 사설 부분만 오려서 가져갔지. 혹시 사설이 뭔지 알까? 신문사가 자기 생각을 글로 써서 신문에 올리는 걸 말해. 자기 생각을 올리는 거라고 했잖아? 이 숙제는 사실 신문사의 생각에 대해서 나의 생각을 적는 게 목적이었어. '난 이러저러한 이유로 다르게 생각합니다!'라고 써야 하는데, 방학 동안 놀기만 했으니 그런 시간이 어디 있겠어? 그냥 오려서 공책에 붙이기 바빴지. 나중에 선생님이 한마디 하시더라. 그리고 대망의 일기!! 이것도 몰아서 쓰다 보니 난리가 났지. 일정은 하나도 안 맞지. 일정만 안 맞나? 날씨도 다 안 맞았어. 결국 선생님께 들켰지. 어떻게 됐냐고? 설마 아빠만 그랬겠어? 다들 그렇게 몰아서 했고, 그래도 써 온 애들은 넘어가고 아예 안 한 애들만 혼났지. 그땐 참 방학 끝날 때쯤 되면 정말 난리도 아녔다. 그럼 오늘도 재밌게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21일 아빠가

2026년 8월 19일

너희에겐 초등학교, 아빠에겐 국민학교일 때 그러고 보면 아빤 참 곤충을 많이 잡았던 것 같아. 방학 숙제로 곤충 채집이 있을 정도여서 아빠뿐 아니라 다른 모든 아이들이 엄청 잡았지. 어찌 보면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곤충 입장에선 끔찍할 거야. 가장 많이 잡았던 건 벌이었어. 붕붕거리며 날아다니는 게 신기하잖아? 나중에 알았지만 개미와 벌이 사촌이라며? 어쨌든, 놀이터 옆 관목에서 꽃이 참 많이 피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벌도 참 많았어. 많이 잡은 건 꿀벌이었지만 그래도 호박벌을 좋아했어. 뚱뚱한 게 열심히 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색도 나름 예쁘기도 했고. 그런데 쏘이면 꿀벌보다 아프기도 하고 많진 않아서 자주 잡진 않았어. 그리고 좋아했던 건 우리가 꽃등에라고 부르던 애가 있었는데, 생긴 건 꿀벌처럼 생겼는데 사실 파리래. 그래서 그런가 아주 마음 놓고 보일 때마다 잡았지. 잡아서 손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놓아주긴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정말 얼굴이 다르게 생기긴 했더라. 멀리서 볼 땐 배를 보면 꿀벌과는 다르게 생겨서 구별이 되긴 해. 그리고 말벌!! 얘는 쏘이면 정말 아파. 다행히 동네에 장수말벌까진 없었고 흔히 땅벌이라고 부르던 애가 좀 돌아다녔는데 얘를 잡는 게 용감함의 상징이었어. 달력이나 두툼한 종이로 깍지를 만들어 잡아서 땅으로 냅다 내려치면, 애가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 그때 데리고 놀다가 멀쩡해지면 날려주는 거지. 아차 해서 쏘이면 젤 아파. 지금은 안 잡지만 풍뎅이나 장수풍뎅이, 하늘소, 제일 좋아했던 사슴벌레도 많이 봤었지. 가끔 드는 생각은 이게 좋은 건가 싶어. 예전엔, 그리고 아빠의 전 세대는 이런 걸 더 많이 볼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 요즘은 볼 수 없잖아? 어떤 사람들은 예전에 환경이 더 깨끗해서 더 잘 볼 수 있는 것이라 이야기하겠지만 아빠 생각으론 예전보다 지금이 환경은 더 잘 조성되었는데 곤충이 살 수 없게 방역 작업을 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너넨 곤충이 나오면 일단 아빠! 하면서 찾겠지...

2026년 8월 11일

딸, 어제 네가 아빠에게 물었었지? 어렸을 때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그때도 말을 하긴 했지만 딱히 기억나는 건 몇 안 되다 보니 말을 해주기 어려운데 오늘은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다. 지금의 넌 이해하기 어려울 텐데, 어리면 어릴수록 좀 고지식한 면이 있어. 특히 아빤 기본적으로는 고지식한 사람인데 어렸을 땐 얼마나 심했겠어? 오죽하면 별명이 바른생활 사나이였다니까? 약속은 정말 지키려고 노력했고 내가 그러는 만큼 상대의 약속도 받아내려고 노력했지. 그게 사소한 거라도 말이야. 그러다 보니 함부로 약속하지 않기도 했지. 한번은 친구가 아빠에게 게임을 팔아주기로 약속했던 때가 있어. 아빤 시세에 맞춰 사기로 했는데 친구가 자꾸 약속을 어기는 거야? 근데 아빠가 정말 하고 싶은 게임이라 기대가 엄청났지. 이게 문제였어. 친구가 약속을 세 번쯤 깼을까? 정말 너무 화가 나고 열이 받는 거야. 그래서 친구랑 엄청 싸웠지. 어느 정도로 싸웠냐면 선생님한테 불려 갈 정도로. 아빠는 선생님한테 얘기를 했지 친구가 약속을 안 지켰다고. 물론 그때 그건 아빠에게 중요한 일이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사소하고 별거 아닌 일이지만.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그냥 넘어갔어. 싸운 건 싸운 걸로. 약속은 없던 일로. 게임은 못 샀어. 친구랑은 그냥 잘 지냈지 뭐. 여기서 중요한 건, 친구가 약속을 안 지킨 것도 친구 잘못이지만 그걸 가지고 약속을 지키라며 다그친 건 아빠 잘못이지. 그때는 그걸 몰랐어. 지금이야 지킬 약속과 그냥 말로만 하는 약속을 좀 구분하게 됐지만 아직도 어렵다. 어때? 그래도 아빠 어렸을 때 일 하나 더 알게 됐지? 다음에 기억나면 또 알려줄게. 그럼 오늘 하루도 재밌게 보내고 사랑한다. 2026년 8월 11일 아빠가

2026년 8월 6일

글쎄, 재밌는 이야기 하나 들려줄까? 늘 그렇듯 아빠만 재밌는 이야기지만. 아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렸을 때도 삼국지를 참 좋아했어. 그때 전략 삼국지라고 60권짜리 만화책 시리즈가 집에 있었거든. 이상하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다른 만화책을 보는 건 못하게 했는데, 그건 봐도 뭐라고 안 하더라. 그래서 마르고 닳도록 봤지 정말. 근데 거기서 유비가 참 마음에 들었어. 유비는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진심을 갖고 찾아오더라고. 지금도 그렇지만 아빠는 친구를 만나거나 사람을 사귈 때 누가 먼저 오는 법이 없거든. 그래서 이 부분을 아버지, 너희에겐 곤지암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그러시더라고. “목마른 놈이 우물 파야지 별수 있겠냐. 그리고 친구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괜찮다.” 정확한 문장은 아니지만 이런 말이었어. 사실 이상한 말이고 엉뚱한 말이잖아? 아니, 아빤 친구가 먼저 다가오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말이야. 그런데 그 이상한 말을 듣고 지금까지 그게 일종의 지침이 됐고, 그다음부턴 친구를 사귀거나 안 만나게 될 때도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됐어. 아빠한테 맞는 말이었나 봐. 물론 여기서 재밌는 게 있는데, 이 이야기를 너희 곤지암 할머니께 했더니 “웃기시네. 자기도 그걸 못해서 힘들어하면서 애한테 별소리를 다 하네.” 라고 하시면서 콧방귀를 뀌시더라. 이제 너도 학교에 가는 나이라 요즘 부쩍 아빠에게 친구 때문에 속상하다는 말을 곧잘 하는데, 저런 말을 해줄 수도 없고 고민이다. 그래도 부딪히다 보면 너희 나름의 방법을 찾아내겠지? 그때까지 고생 좀 하고 머리도 굴려보고 해봐. 방법은 분명 있을 거야.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고 아프지 말고. 특히 아들, 넌 부딪히지 좀 말아라. 엄살도 심한 게 매일 어디 부딪혀서 아프다고 찡찡대고 말이야. 그럼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6일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