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2026년 8월 28일

아무래도 너희의 나이에 맞추다 보니 아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계속해야 하는구나. 그것도 나쁘지 않지.

오늘은 뭘 꺼내볼까?

오늘 꺼내 볼 건 철인 28호! 나중에 인기가 많아지니 철인 28호 FX도 나오더라.

너흰 처음 들어보지? 정말 오래된 만화인데 내용은 간단해.

정말 큰 집채만 한 로봇을 조종해 나쁜 악당을 물리치는 내용이야. 지금의 헬로 카봇과도 비슷한데, 색채가 헬로 카봇과 다르게 조금 더 어두웠지.

연령대가 너희보다 조금 높은 만화책으로 나오고 그다음 만화 영화로 나왔을 거야. 그 영향일 테지.

모습은 나름 귀엽게 생겼어. 표정은 좀 무서웠지만. 졸라맨의 뚱뚱한 버전? 그런 로봇을 게임 패드 같은 걸로 조종하면서 악당과 싸우는 거지.

로케트 주먹도 날리고. 아! 이건 마징가인가? 마징가도 나중에 시간 되면 알려줄게. 근데 이건 애들 보긴 좀 그래.

이 만화를 보던 때 얘기를 좀 하자면. 아빠 어릴 적엔 TV에 만화 영화가 정말 많이 나왔어. 주로 일본과 미국 만화였지. 당시 일본은 정말 세계에서 잘나가던 국가 중 하나였거든. 물론 지금도 경제 대국이지만 그때와 같은 위상은 아니지.

보통 잘나가는 국가는 예술 쪽이 쭉쭉 성장하기 마련인데, 당시 일본은 음악과 만화, 만화 영화가 그랬었나 봐. 그땐 일본 음악과 만화책은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못했어. 그래도 만화책은 몰래 들어오곤 했지.

어쨌든 만화 영화는 TV에서 해주니 접하기 쉬웠지. 일요일 오전에 하는 것도 있었고 이게 얼마나 난리였냐면, 교회를 다니는 친구는 이 만화를 보려고 교회를 안 간다고 할 정도였다니까?

평일 오후에 하는 것도 있었는데, 이 시간에 틀어주던 게 아마 일본 만화였을 거야.

그렇게 아빠 어릴 땐 로봇 만화가 많이 나왔고 아빠도 좋아했는데, 그래서 그런가 꿈에서도 나오더라?

아빠가 철인 28호를 조종하면서 미사일이 떨어지고 포탄이 떨어지는 도시에서 악전고투를 하는 꿈이었어.

건물 뒤로 숨고 도망치며 싸우고 또 숨어서 피하고 또 싸우고.

어찌나 생생한지 자고 일어났는데도 힘들 정도였다니까? 지금도 생각나는 걸 보면 정말 생생했나 봐.

너희는 요즘 어떤 꿈을 꾸면서 자는지 모르겠다.

오늘도 재밌게 잘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28일
아빠가

W&Whale 〈R.P.G. Shine〉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2026년 8월 24일

며칠 전에 방학 숙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곤충 채집을 했다고 했었지? 그때도 적었지만, 아빤 풍뎅이와 사슴벌레를 참 좋아했었어. 당시 아빠 학교는 담벼락에 무궁화를 쭉 심어서 무궁화가 많이 피어 있었지. 어떤 애는 하얀 꽃, 어떤 애는 분홍 꽃 등등 예뻤었지. 무궁화를 보면 꽃이 참 큰데 안을 자세히 보면 꼭 풍뎅이가 꽃가루를 잔뜩 묻히고 그 안에서 놀고 있더라. 동글동글하니 귀엽게 생긴 데다 벌처럼 쏘지도 않고 하늘소처럼 물지도 않으니 데리고 놀기 딱 좋았지. 손에 올려서 이리저리 애가 돌아다니는 거 보고 하다가 다시 놓아주고 그랬어. 문제는 사슴벌렌데 사슴벌레에게 미안한 짓을 참 많이 했어. 온순한 애인데 괜히 잡아다 멋있다고 키우다가 잘못 키워서 애가 죽고 그랬거든. 괜히 싸움 시킨다고 다른 사슴벌레랑 싸움 붙이고. 괴롭히고. 그래도 우린 그게 애들을 괴롭히는 건지도 모르고 톱사슴벌레, 황소사슴벌레라고 부르던 애들은 참 뿔이 멋들어지게 생겨서 좋아했지. 가끔 이렇게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에 더 잔인할 때가 있어. 멋있어서 그래, 좋아해서 하는 거야 라고 했던 행동이 대상에겐 잔인한 행동이 될 거라곤 그땐 미처 몰랐던 거지. 그래서 성악설 이야기가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오늘도 재밌는 하루를 보내고 오늘도 사랑한다. 2026년 8월 24일 아빠가 산울림 〈개구쟁이〉

2026년 8월 5일

그러고 보면 예전에 아빠의 아빠인 할아버지도, 그리고 할머니도 아빠가 군대 훈련소 시절에 거의 매일매일 편지를 써 주셨던 적이 있었지. 그래도 나름 꽤 긴 기간을 매일매일 편지를 써 주셨는데, 마침 그 생각이 나서 아빠도 이렇게 써 봐. 물론 너네가 언제 볼지는 모르겠다. 아마 계속 못 볼 수도 있겠지. 안 보여줄 거거든. 그래서 뭘 써 볼까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다가 예전 일이 생각나네. 아마 지금부터 삼 년 전인가, 아니 그것보다 더 됐을 거다. 사 년인가 됐을 거다.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아빠가 세탁소를 창업했거든. 육아 휴직 중인 회사를 때려치우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눈이 멀었나 보지 뭐. 그때 아빠 기억으로는 딸내미 네 나이가 세 살, 아들 네 나이가 아마 한 살이었을 거야. 물론 돌은 지났지. 처음에는 매장 마감 시간이 여덟 시라 그 시간에 퇴근을 해 집에 아홉 시에 무난하게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게다가 엄마 아빠가 둘이 같이 일하니까 한 사람은 먼저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 처음엔 엄마만 하는 걸로 했지만, 시작하기 직전에 일이 너무 많아 보인다며 엄마가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는 거야. 실제로도 일이 너무 많았지.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이건 평생 할 수 있는 일이니, 하다 보면 육아에도 조금 더 숨통이 트이지 않을까 해서 같이 하게 됐지. 그런데 웬걸, 퇴근 시간이 여덟 시인데 첫 주에 집에 새벽 두 시에 들어갔어. 그럼 너네는 누가 봐 줬냐 하면 할머니가 봐 줬지. 인천 할머니랑 곤지암 할머니가 번갈아 오셨어. 나중엔 곤지암 할머니가 전담으로 봐주셨는데, 그 생활이 너네도 알다시피 2년으로 꽤 길었지.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딸내미 네가 그런 얘길 하는 거야. 네가 아빠 옆에 누워 잠들려고 할 때, 어린이집에서 “엄마 아빠가 어디 갔지. 못 말려 정말.” 이랬다고 아빠인 나한테 얘기하는 거지, 계속. 그때는 정말 ‘내가 뭘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 근데 그럴 수밖에...

2026년 8월 11일

딸, 어제 네가 아빠에게 물었었지? 어렸을 때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그때도 말을 하긴 했지만 딱히 기억나는 건 몇 안 되다 보니 말을 해주기 어려운데 오늘은 갑자기 떠오르는 게 있다. 지금의 넌 이해하기 어려울 텐데, 어리면 어릴수록 좀 고지식한 면이 있어. 특히 아빤 기본적으로는 고지식한 사람인데 어렸을 땐 얼마나 심했겠어? 오죽하면 별명이 바른생활 사나이였다니까? 약속은 정말 지키려고 노력했고 내가 그러는 만큼 상대의 약속도 받아내려고 노력했지. 그게 사소한 거라도 말이야. 그러다 보니 함부로 약속하지 않기도 했지. 한번은 친구가 아빠에게 게임을 팔아주기로 약속했던 때가 있어. 아빤 시세에 맞춰 사기로 했는데 친구가 자꾸 약속을 어기는 거야? 근데 아빠가 정말 하고 싶은 게임이라 기대가 엄청났지. 이게 문제였어. 친구가 약속을 세 번쯤 깼을까? 정말 너무 화가 나고 열이 받는 거야. 그래서 친구랑 엄청 싸웠지. 어느 정도로 싸웠냐면 선생님한테 불려 갈 정도로. 아빠는 선생님한테 얘기를 했지 친구가 약속을 안 지켰다고. 물론 그때 그건 아빠에게 중요한 일이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사소하고 별거 아닌 일이지만.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그냥 넘어갔어. 싸운 건 싸운 걸로. 약속은 없던 일로. 게임은 못 샀어. 친구랑은 그냥 잘 지냈지 뭐. 여기서 중요한 건, 친구가 약속을 안 지킨 것도 친구 잘못이지만 그걸 가지고 약속을 지키라며 다그친 건 아빠 잘못이지. 그때는 그걸 몰랐어. 지금이야 지킬 약속과 그냥 말로만 하는 약속을 좀 구분하게 됐지만 아직도 어렵다. 어때? 그래도 아빠 어렸을 때 일 하나 더 알게 됐지? 다음에 기억나면 또 알려줄게. 그럼 오늘 하루도 재밌게 보내고 사랑한다. 2026년 8월 11일 아빠가